사회
"저를 지워주세요"…`디지털 장의사`를 아시나요?
입력 2019-10-25 16:17 
최근 불법 촬영물, 악성 댓글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온라인 개인정보를 지워주는 `디지털 장의사`가 관심을 끈다. 디지털장의업체 `이지컴즈` 박형진(37) 대표를 만나 `디지털 장의사`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진 출처 = 이지컴즈]

"온라인에 떠도는 개인정보 삭제해드립니다"
인터넷에 기록된 정보들은 평생 남아있기 마련이다. 불법 촬영물, 악성 댓글, 지우고 싶은 과거 기록 등도 마찬가지다. 최근 '다크웹'을 통한 불법·유해 자료들의 확산과 악성 댓글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가운데 자신과 관련된 각종 정보를 삭제 요청할 수 있는 '잊힐 권리(Right to be Forgotten)'를 찾도록 돕는 '디지털 장의사'란 직업이 화제다.
디지털 장의사는 미국에서 망자들의 '디지털 유산'을 정리해주는 개념에서 탄생한 직업이다. 2014년 유럽사법재판소(ECJ)에서 '잊힐 권리'를 인정한 판결 이후 확대되는 추세다. 국내에는 2013년 처음 생겼다. 국내 최초로 '디지털 장의사'란 이름으로 사이트를 오픈한 디지털장의업체 '이지컴즈' 박형진 대표(37)를 지난 2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사무실에서 만났다.
박형진 대표는 "PR(Public Relation·널리 알리는 활동) 만큼 'ER(Media Exposure & Reputation·평판 관리)'도 중요한 시대"라고 강조했다. 기억 속에서 잊힌 사실이라도 인터넷에 여전히 기록이 남아있기 때문에 평판 관리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박 대표는 개인이나 기업이 삭제를 원하는 게시글, 악성 댓글, 동영상, 사진 등을 삭제하거나 접근할 수 없도록 조치하는 일을 한다.
기록 삭제를 원하는 이들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부터 취업준비생, 예비신혼부부, 악성 댓글 피해자 등 다양하다. 박 대표는 "디지털 성범죄에 관한 대책들이 등장하며 올해엔 불법 촬영물 삭제 의뢰가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피해자가 많다는 사실이 안타깝다"라고 했다. 그는 "취업·결혼을 앞두고 과거 기록을 지워달라는 사람들과 악의적인 댓글에 피해를 보는 연예인 등이 많이 찾는다"라고 말했다. 여성가족부는 현재 경찰청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경찰청의 불법 촬영물 추적시스템을 삭제지원에 이용하고 있다.

기록 삭제 절차는 다음과 같다. 우선 고객의 의뢰를 받으면 상담을 통해 삭제하고 싶은 내용을 파악한다. 동의서와 위임장 등을 받으면 자체 제작한 전문 검색 프로그램을 활용, 고객의 정보를 검색한다. 수집된 정보는 사이트별로 ▲뉴스 ▲블로그 ▲카페 ▲지식인 ▲웹사이트 ▲포스트 등으로 분류한 후 해당 사이트에 삭제를 요청한다. 키워드로 검색이 힘든 사진·영상물의 경우에는 오디오·비디오·이미지 파일이 가지는 고유 특징을 수치화해 동일한 원본 저작물을 찾아 삭제한다.
필터링 프로그램을 활용해 삭제된 게시물의 재유포 방지를 위해 추가 모니터링을 진행할 수 있다. 그는 "원본의 동영상이 텀블러(블로그 서비스)에 있고 여러 사이트에 링크가 걸려 퍼져있다면 원본 영상을 하나 지우는 게 큰 효과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크웹상에 있는 불법·유해 정보 삭제도 가능한지 묻자 박 대표는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폐쇄적인 다크웹의 특성상 모니터링이 쉽지 않다"라고 답했다.
비용은 업체마다 그리고 유포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데이터양이나 기간도 영향을 미친다. 게시물이 유포된 사이트가 국내에 있는지, 해외에 있는지에 따라 가격이 달라질 수 있다. 박 대표는 "의뢰 당시 자료 유포 정도에 따라 비용이 측정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출 자료에도 골든타임이 있어, 일주일 이내에 필터링 서비스를 요청하는 게 확산 방지에 이롭다"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6년부터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공개한 '인터넷 자기게시물 접근배제요청권 가이드라인'에 따라 인터넷 이용자는 본인이 작성한 글(댓글 포함)이나 사진, 동영상 등을 다른 사람이 볼 수 없도록 게시판 관리자에게 요청할 수 있다.
[디지털뉴스국 유정화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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