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지구의 배꼽` 호주 관광명소 `울룰루` 26일부터 입장 불가
입력 2019-10-25 11:04 
`울룰루` 입장 금지를 하루 앞둔 25일(현지시간), 마지막으로 울룰루에 올라보고 싶은 관광객들이 호주 울룰루-카타추타 국림공원에 늘어 선 모습. [로이터 = 연합뉴스]

오는 26일(현지시간) 부터 원주민들의 요청에 따라 관광객들은 호주의 명소 '울룰루(Uluru)' 입장을 할 수 없게 된다. 원주민 아난구(Anangu)부족 지도자 사미 윌슨은 25일 성명을 내고 "울루루는 디즈니랜드 같은 놀이공원이 아니라 정말로 중요한 곳"이라면서 울룰루 입장 금지 환영 의사를 밝혔다.
울룰루는 호주 관광 필수 코스에 들어갈 정도로 인기가 많아서 연간 25만명 관광객들이 찾는다. 호주 중부 사막지대에 자리한 울룰루는 '지구의 배꼽'이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높이 348m·지름 3.6km에 달하는 거대한 붉은 색 돌산으로, 유네스코(UNESCO)가 세계자연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울룰루는 워낙 돌산이고 가파르다보니 관광객들도 굳이 오르려들지 않고 구경만 하다가는 경우가 많지만, 정상에 올랐을 때만 볼 수 있는 멋진 일몰 광경을 보겠다는 사람들이 산에 오르곤 했다. [로이터 = 연합뉴스]
관광객이 많이 오면 관광 수입을 올릴 수 있지만, 아난구 족들은 1985년부터 20년이 넘도록 정부를 향해 관광객이 울룰루에 오지 못하게해달라고 요청해왔다. 1985년은 울룰루 일대 관리권한이 원래 주민인 아난구 족에게 반환된 해다.
울룰루는 원주민 아난구 족에게는 신성한 장소다. 호주가 영국 식민지이던 시절에는 '에어즈 락(Ayers Rocks)'이라고 불렸지만 부족 언어로는 '그늘이 지는 곳'이라는 뜻이다. 아난구 족은 2만 년 전부터 울룰루를 영혼을 위한 성지(聖地)로 여겼고, 지금은 조상들의 영혼이 머무는 곳이라는 이유로 함부로 오르지 않는다고 한다.
울룰루는 워낙 돌산이고 가파르다보니 관광객들도 굳이 오르려들지 않고 구경만 하다가는 경우가 많지만, 정상에 올랐을 때만 볼 수 있는 멋진 일몰 광경을 보겠다는 사람들이 울룰루 등반에 도전했다. 관광객을 위한 쇠줄과 난간도 있지만 중간에 굴러떨어지거나 탈수 때문에 그간 수십명이 죽었다.
25일(현지시간) 마지막으로 울룰루 등반을 하려고 줄지어 선 관광객들을 뒤로 하고 한 남자가 "나는 등산하기 않기로 했다"는 문장이 적힌 반팔 티셔츠를 입고 서 있다. [로이터 = 연합뉴스]
로이터통신은 26일부터 울룰루 입장이 금지된다는 소문을 듣고 하루 전날인 25일 새벽부터 수많은 관광객이 줄지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아난구 족 사미 윌슨씨는 "관광객들이 울룰루 등반 금지에 대해 기분나빠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오늘 등반은 앞으로의 등반 금지를 기념하는 축하 의식 같은 것"이라면서 환영의 뜻을 밝혔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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