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이제는 IB맨…볼턴 "美 중견기업에 투자하세요"
입력 2019-10-24 17:41 
24일 여의도 The-K타워에서 로버트 아고스티넬리 론그룹 공동창업자, 존 볼턴 고문이 차성수 교직원공제회 이사장과 김호현 기금운용총괄이사(왼쪽부터)를 만나 상호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사진 제공 = 한국교직원공제회]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로 꼽혔던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IB맨'으로 변신해 국내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자금 유치에 나섰다. 그는 미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론그룹(Rhone Group) 고문으로 합류해 펀드 조성 업무를 돕고 있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볼턴 고문은 이날 에이티넘파트너스와 한국교직원공제회, 과학기술인공제회 세 곳의 자금담당자들을 만났다. 그는 이 자리에서 북미와 유럽 지역 중견기업 지분 투자에 대한 그동안의 투자 실적과 청사진을 제시했다. 특히 회사 자기자본의 일정 비율을 펀드에 직접 투자하겠다며 안정성을 강조했다는 후문이다.
그가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기관투자가들을 만난 목적은 원활한 자금 모집(펀드레이징)을 위해서다. 현재 론그룹은 30억유로(약 4조원) 규모로 조성할 예정인 '6호 펀드'에 대한 투자 유치를 진행 중이다. 25일에 농협중앙회 상호금융과 한국투자공사, 행정공제회를 만나기로 한 것 역시 이 때문이다. 1996년 설립된 론그룹은 미국 뉴욕에 거점을 두고 있는 글로벌 PEF 운용사다. 사모펀드 리서치 기관 프레퀸이 매년 선정하는 '가장 꾸준한 성과를 내는 PEF'에 지속적으로 이름을 올릴 만큼 안정적인 운용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 2019년 상반기 기준 전체 운용자산 규모는 50억유로(약 6조5000억원)다. 2000년 1호 펀드 출시 후 20여 년간 5개 펀드를 결성했으며, 종결된 펀드들의 수익률(IRR 기준, 비용 차감 전)은 약 40%다.
론그룹은 북미·유럽 지역의 중견기업 지분 또는 지분증권을 인수하는 전략을 주로 구사한다. 특히 국가 간 기업 인수·합병(M&A, 크로스보더 거래)에 강점을 지닌 곳으로 평가받는다. 한편 볼턴 고문은 전 국가안보보좌관으로서 남북관계와 관련해서도 소회를 밝혔다. 이번 방한은 철저히 기관투자가 대상 비즈니스 차원이었지만, 향후 정부 관료가 아닌 일반 시민과 금융업 종사자의 위치에서 남북관계에 기여하겠다는 뜻도 전했다.

이날 볼턴 고문을 만난 차성수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은 "민간 분야에서의 펀드 투자 유치뿐 아니라 전 국가안보보좌관으로서 남북문제와 관련해 기여해 달라는 뜻을 전했다"며 "이에 볼턴 고문이 현재 분단 상태가 굉장히 불행한 일이라는 사실에 동의하며, 자신은 이에 대해 새로운 해결 방법을 제시했던 것이고 향후 더 많은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답했다"고 덧붙였다.
현장에서 만난 볼턴 고문은 기자들의 질의에 "노 코멘트"로 일관했다. 다만 기관투자가들에겐 '수차례 한국을 추가로 방문할 것'이라고 밝혀 그의 방한이 일회적인 것은 아님을 시사했다.
[강우석 기자 / 박재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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