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칼럼] 박정수의 일자리와 4차 산업혁명 이야기
입력 2019-10-24 10:02  | 수정 2019-10-24 10:39
박정수 성균관대학교 스마트팩토리 융합학과 겸임 교수


수 년간 누적해 온 축적의 힘을 표출하는 '달인'의 현장주의가 스마트 팩토리 경쟁력의 원천이다. 그래서 달인의 그 무엇을 담아내는 인공지능이 필요하다. 융합은 기술의 원천이며 생존 전략이다. 음악을 만나 보면 융합의 미학이 보이고 조화의 선율을 감상하게 된다. 재즈는 20세기 초반 미국 루이지애나주(Louisiana,미국 중남부 멕시코만에 면한 주) 남부 항구도시 뉴올리언스에서 흑인들이 탄생시킨 음악이라고 한다. 역사적으로 이 지역은 스페인과 프랑스의 지배를 받았고 이 두 나라 사람들과 영국인, 미국의 백인과 흑인, 크리올(criolo, 유럽인의 자손으로 식민지역에서 태어난 혼혈) 등 여러 인종이 살던 곳으로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고 있었다. 이런 생활문화적 배경을 바탕으로 흑인의 민속민요와 유럽 악기의 융합으로 탄생한 것이 재즈다. 융합의 산물이라서 그런지 재즈에는 흑인들의 슬픔과 즉흥성, 유럽 음악의 발랄함과 정제함이 예술적인 조화를 이뤄 감성을 더욱 더 풍부하게 한다.
융합은 여러 가지 개념이나 기술을 합쳐 하나의 개념이나 기술을 만드는 것이다. 여러 사례를 실생활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스마트 팩토리는 '기술'이 중요하지만, 본질은 기업과 고객들을 연결하는 '아트'이다. 우리말 '기술'에 해당하는 영어 단어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technology(테크놀로지)' 이고, 다른 하나는 'art(아트)'다. 제조업에서 '기술'은 당연히 '테크놀로지'였다. 그 '테크놀로지'는 고객과 기업 사이의 문제를 해결하는 소통의 기술이었고, 꿈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연결하는 아이디어의 기술이었다. 그래서 고객과 기업 간의 문제와 요구사항을 잘 해결해 온 기업을 기술력이 뛰어난 기업이라고 했고 그것을 우리는 '아트'라고 해왔다.
그런데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로 새롭게 찾아 온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등장하자 사람들은 제조업을 얘기하면서 빅데이터, 인공지능(AI), 5G(5세대 이동통신)를 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은 제조업을 스마트 팩토리라고 하면서 '기술' 을 '아트'가 아니라 '테크놀로지'라고 생각하게 됐다. 온라인(사이버)으로 연결돼 살아가는 고객들은 디지털 세상에 데이터를 남기고 모바일 디지털 플랫폼에서 상품과 서비스를 접한다. 이 때문에 빅데이터로 메시지를 만들고, AI로 미디어를 최적화해서, 5G망을 통해 소통하고 의사결정해야 하므로 스마트 팩토리의 기술은 테크놀로지라는 것이다. 이렇게 아트(art)로서의 제조업은 어느 순간 4차 산업혁명이라는 넓은 벌판에 외롭게 서있는 허수아비가 돼버렸다. 이게 뭐지 하면서….
필자가 마케터(Marketer)었을 때 이런 개념이 있었다. "산소 같은 여자,,,,","생산은 팔리는 물건을 생산해야 한다", "고객을 감동시키는 상품력", 즉 생활 속 언어를 마케팅 도구로 활용했다고 해서 마케팅 기법 교육에 자주 소개되던 사례였다. 그 당시 그런 시도는 전공 분야를 뛰어 넘는 통합의 몸부림과 같았다.

4차 산업혁명처럼 바람이 거세게 불 때는 모든 것이 기울어져 보인다. 그러나 그 기울어진 모습이 진실은 아니다. 누군가는 바람 속에서도 바로 선 진실을 봐야 한다. 제조업의 기술은 테크놀로지와 아트, '둘 다'라는 것이다. 그 어떤 분야보다 고객의 시대상을 반영해야 하는 제조업의 생산활동이 테크놀로지를 배제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1차 산업혁명 이전부터 존재했던,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기술인 아트라는 본질을 외면할 수도 없지 않다
"Think different(다르게 생각하라)"라는 카피로 스티브 잡스와 함께 오늘날의 애플을 만든 광고인 리 클로가 칸 크리에이티브 페스티벌 세미나에서 한 말에서 미래 제조업의 한끝을 엿볼 수 있을 것 같다.
카메라가 처음 등장했을 때를 한번 생각해 보자. 모두 그 테크놀로지에 경도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아티스트가 그 테크놀로지를 익히자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4차 산업혁명의 바람이 불고 있는 지금의 제조업의 운전석에는 테크놀로지(기술)가 앉아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다시 아트가 그 운전석에 앉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AI)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이다. 수년 전 '알파고 충격' 이후 세계적으로 엄청난 투자가 AI 벤처에 몰렸고, 이제 그 비즈니스 성과물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AI 문맹' 수준이다. 소비자는 물론이요 기업과 정부도 마찬가지다. AI를 빅데이터에 기반한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으로 이해하는 것이 고작이다. 1980년대 시작된 머신러닝은 통계적 영역(SPC, bayesian)에서 지속적으로 발전해, 그 결과 생산의 자동화 수준이 높아졌다. 아래 그림은 80년대부터 30년 이상 지속적으로 진화해 온 텔스타 홈멜㈜의 부품과 제품 품질관리, 공정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Ts-SPC(Total Solution Statistics Process Control)'가 대표적이며, 산업별, 고객 맞춤형 스마트 팩토리의 근간이다.
머신러닝에 비해 2010년대부터 본격화된 '딥러닝(deep learning)'은 복잡한 비선형 고차원 데이터까지 분석할 수 있다. 사람은 직관적으로 쉽게 판단할 수도 있지만, 기계가 이를 알아내려면 저차원 데이터와 전통적인 머신러닝 학습모델로는 어렵다. 데이터의 복잡한 상관관계를 찾아내려면 축소되지 않은 이미지 데이터를 포함 한 고차원 데이터와 이를 분석할 수 있는 심층 신경망(deep neural network)을 활용해야 한다. 이를 '딥 러닝'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AI스마트 팩토리는 수 년간 누적해 온 축적의 힘을 표출하는 '달인'의 현장주의가 경쟁력의 원천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딥러닝은 결국 사람이 직관적으로 또는 축적된 경험을 기반으로 내리는 판단을 AI가 직접 학습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산업AI'는 딥러닝이다. 그러므로 스마트 팩토리는 딥러닝 기반 인공지능 공장을 준비하는 것인데, 국내 AI가 방향을 잘못 잡았다는 것은, 이 가운데 빅데이터와 전통적인 머신러닝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AI를 표방하는 기업이나 벤처캐피털도 마찬가지다.
딥러닝 기반의 산업AI가 성공하려면 세 가지 조건이 있다. 전문가(또는 기업)의 지식(또는 노하우), AI를 개발하는 기술, 그리고 소비자다. 또한 한국 기업들이 AI 비즈니스를 제대로 못하는 이유는 배우고 익히는 교육이 너무 늦었다. 다시 말해 소프트웨어(코딩) 교육을 실기한 탓이다. 특히, 스웨덴에선 'AI의 기초(Elements of AI)'라는 국민교과서를 제작해 보급하는 국가 차원의 캠페인을 벌일 정도다.
그러나 우리도 늦지 않았다. 산업 인공지능(Industrial AI)으로 방향을 잡으면 된다. 산업AI의 가장 기본이 되는 '전문가의 지식'을 우리는 지난 산업화 시기에 엄청나게 축적했다. 예를 들면 놀라운 실적을 올리는 영업사원의 판매술, 놀라운 생산 실적을 올리는 현장의 장인기술, 소비자 마음까지 사로잡는 점원의 친절 서비스 등이 바로 전문가의 지식이다. 한국 사회에는 특정 분야의 '달인'들이 넘치고 넘친다. 이들의 노하우를 인공지능(AI)에 훈련시켜 '생산장인 AI', '외판원 AI','점원 AI', '물류관리AI'를 개발해 세계 시장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동남아시아 시장을 노리면 어떨까?
[사진출처= 성균관대학교 스마트팩토리 융합학과 "Connectivity for Smart Factory"]

위 표에서 나타나 있듯이 스마트 팩토리의 프로세스(process)는 네트워크에 연결돼 프로그래밍에 의해서 작동한다. 그리고 프로세스에 부착된 센서 데이터를 수집, 분석해 운용(operation)관리에 활용하고, 설비나 공정라인의 고장 분석에도 사용할 수 있다. 한 편, 검사 센서가 장비 고장을 감지하면 즉시 백업 장비를 켜고 엔지니어에게 고장을 수리하도록 요청한다. 그리고 빅 데이터(big data)를 사용해 최소의 시간과 기준 시간 내에 사람처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기본적인 현장의 업무 흐름이 스마트 팩토리에서는 정보기술을 활용해 지능화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생산 현장에서 감지된 변화를 분석해 상응하는 조치가 자율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판단(control)하는 기능이다.
그러므로 스마트 팩토리에서는 감지된 정보와 의사결정 간에 매핑(mapping) 정보가 업무 기준으로 사전에 정의 돼야 하고, 감지된 생산 현황 정보, 즉 작업 지시와 생산 실행 정보에 의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사진출처 = Telstar-hommel의 고객 맞춤형 스마트 팩토리의 아케텍쳐]

위 표에서 보여주듯 고객의 요구 사항을 충족하기 위한 생산 목표를 설정하고 스마트 팩토리는 그에 따라 차별화된 제품을 생산한다. 스마트 팩토리에서도 마찬가지로 컨트롤(판단)의 기능은 린 제조(lean manufacturing)를 뛰어 넘는 낭비 최소화를 통한 원가우위와 품질 최적화를 실현시키는 경쟁우위 생산시스템이 스마트 팩토리이다. 아래 그림은 고객이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곳에, 원하는 양을, 원하는 품질 수준으로 대응하는 '생산대응력' 강화를 위한 스마트 팩토리 모형이다.
고객 맞춤형 스마트 팩토리 (Ts-SPC와 Link 5 Cloud Platform; Telstar-Hommel)

(Automated on-demand Smart Factory: On-demand SCM For Smart Factory)

위 표에서 제시하듯이 주문을 수집해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방법에 따라 주문을 정리, 그룹화된 고객이 맞춤형 제품을 받아 볼 수 있도록 하며, 기업은 재고 관리의 필요성을 제거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불필요한 생산을 최소화함으로써 경제적이다. 세계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품질 수준은 물론이고 원가 경쟁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스마트 팩토리의 실행 역량은 고객의 요구를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생산 대응력이 핵심이다. 판단(control)에 따라 결정된 실행 방식이 조치되게 하는 기능으로 작업지시에 의한 역할을 수행(actuator)한다. 그 동안 생산 현장에서 식스 시그마(six sigma) 등 기존의 품질관리 프로세스는 사람의 손을 통해 입력되며, 인간의 생각을 통해 후속조치가 이루어진다. 그러나 스마트 팩토리에서는 모든 프로세스에서 다양한 센서(IOT coupled 센서)를 통해 얻은 데이터는 데이터베이스로 변환되며, 산업별 글로벌 베스트 프렉티스(global best practices)를 기준으로 '최적화 조치'를 통해 기 훈련되고 셋팅(setting)된 인공지능(AI)은 문제를 분석하고 적절한 피드백을 도출해 사람의 개입 없이 자동으로 제어되도록 한다. 이것이 AI스마트팩토리의 지능화 첫 단계이다.
그러므로 스마트 팩토리는 이러한 감지, 판단, 수행 등 3가지 기능이 적용돼, 각각의 기능이 일체화된 사람처럼 유기적으로 연계돼 동작하는 공장을 의미한다. 그래서 AI스마트 팩토리는 풍부한 감성을 품어내는 재즈(jazz)음악처럼 융합기술로 연주되는 제조업 부흥의 길라잡이이며, 기술과 아트를 동기화 시키는 플랫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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