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선 넘은 코스튬` 특정 직업 `성적 대상화` 논란
입력 2019-10-18 16:19 
핼러윈 데이를 앞두고 타인을 불편하게 할 수 있는 코스튬 의상이 논란이다. 특정 직업을 `성적 대상화`하거나 잘못된 인식을 줄 우려가 있는 코스튬들이 비판의 대상이다.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핼러윈 데이를 앞둔 가운데 도를 넘은 '코스튬' 의상이 논란이다. 특정 직업을 성적 대상화하거나 잘못된 인식을 줄 우려가 있는 코스튬들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 16일 페이스북 페이지 '간호학과, 간호사 대나무숲'에 선정적으로 변형된 간호복을 입고 춤을 추는 BJ를 비판하는 글이 게시돼 화제가 됐다. 익명의 글쓴이는 "언제부터 간호사가 저런 복장에 춤을 췄나"라며 "간호사가 무슨 봉인가"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해당 BJ는 짧은 치마에 가슴이 파인 간호복을 입고 있었다.
간호사 A 씨는 "일반 코스프레를 하면 되는데, 왜 꼭 성적으로 코스프레를 하는지 도무지 제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며 "제발 의료인으로서의 권위를 떨어뜨리지 말아 달라"라고 호소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간호사 커뮤니티에 "왜 간호사가 '프로 불편러'(매사에 불편함을 그대로 드러내는 사람), '메갈'(여성 커뮤니티 '메갈리아'의 준말) 간호사라는 소리를 들어야 하나"라며 "가터벨트를 입은 채 차트를 손에 쥐고 '환자분 들어오세요'라고 하는 영상들에 분노하지 않아야 하나"라고 토로했다. 가슴골이 드러나는 옷, 몸에 꽉 끼도록 변형한 간호사 복장이 여성 간호사를 성적 대상으로 격하시킨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논란의 코스튬은 간호사뿐 아니라 경찰, 수녀, 승무원 등의 특정 직업군에서 발생한다. 지난 1월 잡화점 '삐에로쇼핑'의 경기도 지점에서는 교복이나 간호사복, 경찰복, 수녀복을 모티브로 한 옷이 판매되다 소비자들의 항의로 철수하는 일이 있었다. 손희정 문화평론가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욕망이 있어서 상품이 되기도 하지만, 상품이 욕망을 만든다는 점에서 이 같은 코스튬은 문제"라고 했다.

핼러윈의 본고장 미국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있다. 지난해 9월 미국에서는 코스튬 복장을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시녀 의상'이 '용감한 붉은 처녀'라는 상품명으로 등장했다가 상품 목록에서 삭제됐다. 해당 의상이 마가렛 애트우드의 페미니즘 소설 '시녀이야기(the handmaid's tale)' 속 '시녀'에게 강요되는 붉은 망토 옷에서 따온 것이라 작품의 의도를 훼손한 성차별 행위라는 지적이 빗발쳤기 때문이다.
미국 유명 앵커 메긴 켈리는 금기시되는 핼러윈 복장을 소개하다가 실언을 해 지난 1월 NBC를 떠났다. 켈리는 "정치적 올바름이 지나치게 과한 규제를 가하고 있다. 백인이 '블랙페이스'를 하면 문제가 된다. 우리 어릴 적엔 괜찮았다"라고 말해 인종주의적이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블랙페이스'란 노예제도가 남아있던 19세기에 백인 배우가 흑인 연기를 하면서 흑인의 신체적 특징을 극적으로 과장한 분장을 말한다.
이슬람 전통 복장을 하고 폭탄을 들거나 몸에 딱 붙는 치파오를 입는 등의 코스튬도 전통의상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고착할 우려가 있다. 지난해 브라질의 유명 축구 선수 하피냐는 소속 구단 핼러윈 파티에 참석했다가 논란에 휩싸였다. 아랍 전통 의상인 '칸두라'를 입고 나무 박스를 들고 있었다. 박스에는 '주의'라는 문구가 있어 중동 사람들의 테러를 떠오르게 만들어 비판을 받았다. 결국 하피냐는 SNS를 통해 공식 사과했다.
한편 핼러윈은 기독교 축일인 '만성절' 전날인 10월 31일 다양한 복장을 갖춰 입고 벌이는 축제를 말한다. 최근 국내에서도 핼러윈 데이를 맞이해 분장을 하고 기괴한 음식을 나눠 먹는 이벤트를 즐기는 사람이 늘어났다.
[디지털뉴스국 유정화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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