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홍콩 또 '백색테러'…시위 주도 단체 대표 '쇠망치 테러' 당해
입력 2019-10-17 08:12  | 수정 2019-10-24 09:05

홍콩의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를 주도해온 재야단체 민간인권전선의 지미 샴(岑子杰) 대표가 어제(16일) 밤 정체불명의 괴한들로부터 쇠망치 공격을 당해 중상을 입었습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AP통신 등에 따르면 샴 대표는 이날 홍콩 몽콕 지역에서 열린 민간인권전선 연례총회에 참석하러 가다가 갑자기 나타난 4명의 괴한에게 공격을 당했습니다.

비중국계로 보이는 이들은 해머, 스패너 등으로 샴 대표의 머리와 팔 등을 마구 내리쳤고, 셤 대표는 머리와 팔에서 피를 흘리며 땅바닥에 쓰러졌습니다.

주위 사람들이 이를 저지하려고 했으나, 괴한들은 칼을 휘두르며 사람들의 접근을 막았습니다.


범행 후 이들은 미리 준비한 것으로 보이는 차량에 올라타고 도주했으며, 홍콩 경찰은 이들의 검거에 나섰습니다.

샴 대표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며 다행히 병원 이송 당시 의식은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민간인권전선은 이날 밤 성명을 내고 "이번 공격은 민주인사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고, 홍콩에 '백색테러'의 공포를 불어넣으려는 의도"라고 강력하게 규탄했습니다.

이날 공격은 민간인권전선이 20일 대규모 집회를 예고한 시점에서 이뤄져, 집회 저지를 목적으로 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민간인권전선은 지난 6월 9일 홍콩 시민 100만 명이 모인 송환법 반대 집회, 같은 달 16일 200만 명이 모인 도심 시위, 8월 18일 170만 명이 참여한 빅토리아 공원 집회 등 대규모 시위를 주도해 왔습니다.

민간인권전선은 오는 20일 침사추이에서 웨스트카오룽 고속철 역까지 행진하며 시위대의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는 '복면금지법'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를 할 예정입니다.

이는 지난 5일 복면금지법이 시행된 후 민간인권전선이 벌이는 첫 복면금지법 반대 시위입니다.

민간인권전선은 20일 시위를 강행한다는 입장이지만, 샴 대표의 피습으로 인해 시위가 취소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샴 대표는 앞서 지난 8월 29일에도 홍콩의 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다가 복면을 하고 야구 방망이와 흉기를 든 괴한 2명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당시 공격은 민간인권전선이 8월 31일 홍콩 행정장관 간접선거제 결정 5주년을 맞아 대규모 시위를 예고한 시점에서 이뤄졌습니다.

이후 민간인권전선은 경찰의 집회 불허와 시민 안전 등을 이유로 시위를 취소했습니다.


이날 샴 대표가 또다시 괴한들의 공격을 받으면서 홍콩 내에서는 '백색테러'에 대한 공포가 다시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6월 초 송환법 반대 시위가 시작된 후 홍콩 내에서는 시위를 주도하는 민주인사들에 대한 백색테러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8월 18일에는 사틴 지역의 시위를 주도했던 활동가 룽캄싱이 정체불명의 남성들에게 각목으로 구타당해 크게 다쳤습니다. 같은 달 29일에는 샴 대표가 괴한들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지난달 2일에는 야당인 데모시스토당의 이삭 청 부주석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정체불명의 남성 3명으로부터 폭행을 당했습니다.

같은달 4일에는 모자와 마스크를 쓴 두 명의 남성이 지미 라이(黎智英)의 자택 정문에 화염병을 던졌습니다. 지미 라이는 반중국 성향 일간지 빈과일보를 소유하고 있으며, 송환법 반대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습니다.

이어 지난달 24일에는 야당인 민주당 소속 로이 퀑 의원이 주차장에서 자신의 차에 타려다가 괴한 4명으로부터 공격을 받았습니다.

괴한 3명은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차면서 퀑 의원을 마구 폭행했고, 나머지 1명은 이를 스마트폰으로 촬영했습니다.

민주당 람척팅 의원은 "이번 공격은 분명히 정치적 의도가 담긴 것"이라며 "나도 지난 6월 정부 지지자들의 공격을 받았지만, 경찰은 아무도 체포하지 않았으며, 이는 경찰이 민주인사들을 보호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고 비난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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