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10월 15일 뉴스초점-악플 언제까지…
입력 2019-10-15 20:16  | 수정 2019-10-15 20:36
하나의 병균이 주변으로 급속히 퍼져 질병을 일으키고, 목숨까지 앗아갈 수 있는, 그래서 도시 전체와 그 시대의 문명마저 붕괴시킬 수 있는 무서운 재앙. 우린 이걸 전염병이라고 합니다.

그럼 이건 뭘까요. 하나의 글이 급속히 퍼져 수많은 사람에게 전파되고, 그것으로 인해 한 사람이 아플 수도,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가 하면, 익명성과 비대면성을 악용해 온갖 비방과 욕설을 퍼부으며 '분노 사회'까지 조장하는 재앙. 이것 역시 전염병 아닐까요. 연예인은 물론 정치인, 경제인, 일반인에게도 무자비한 바로 악성 댓글이요.

가수 설리 역시 직접적인 사망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생전 끝없이 이어진 악플에 시달리다 못해 우울증까지 앓았다고 하지요.

악플을 굳이 전염병이라고 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그 위력을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컴퓨터나 핸드폰 자판이 펜이 된 지금, 여기에 무심코 쓴 글이 어떤 위력을 갖게 되는지 제대로 인식하지도, 하려 하지도 않으니까요.

현행법상 악플을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은 모욕죄나 사이버 명예훼손죄로 피해자 본인이 신고를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거기다 '내가 싫은 걸 싫다고 말하는 게 왜 죄냐'는 식으로 표현의 자유를 내세우면, 입이 딱 다물어지죠.

물론 표현의 자유와 인격권은 민주 사회에서 중요한 권리이기 때문에 우열을 가릴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누군가의 자유로 인해 또 다른 누군가가 목숨을 잃는다면, 그 상황이 계속된다면, 조금은 생각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요.

'수많은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으면 병이 없어도 죽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누군가 심심해서, 그냥 싫어서 쓴 한마디가 살인 무기가 될 수도 있다는 걸, 자유엔 반드시 책임이 뒤따른다는 걸 이젠 알아야만 하지 않을까요. 전염병을 없애는 방법은 애초에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듯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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