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이철희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 "정치의 한심한 꼴 부끄럽다"
입력 2019-10-15 16:43 
22일 오전 열린 국회 정개특위 정치개혁제1소위에서 김종민 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15일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이 제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67일 간의 '조국 블랙홀'이 일단락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이뤄진 선언이다.
이날 이 의원은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단체 문자메시지에서 "의원 생활을 하면서 많이 지쳤고, 정치의 한심한 꼴 때문에 많이 부끄럽다"며 "다음 총선에 불출마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개인 블로그를 통해 불출마의 변을 자세히 적었다. 이 의원은 "조국 얘기로 하루를 시작하고 조국 얘기로 하루를 마감하는 국면이 67일 만에 끝났다. 그동안 우리 정치, 지독하게 모질고 매정했다"며 "야당만을 탓할 생각은 없다. 정치인 모두, 정치권 전체의 책임이다. 부끄럽고 창피하다. 당연히 저의 책임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치가 해답을 주기는커녕 문제가 돼버렸다. 정치인이 되레 정치를 죽이고, 정치 이슈를 사법으로 끌고 가 그 무능의 알리바이로 삼고 있다"며 "급기야 이제는 검찰이 정치적 이슈의 심판까지 자처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국회의원으로 지내면서 어느새 저도 무기력에 길들여지고, 절망에 익숙해졌다. 국회의원을 한 번 더 한다고 해서 우리 정치를 바꿔놓을 자신이 없다. 멀쩡한 정신을 유지하기조차 버거운 게 솔직한 고백"이라며 "더 젊고 새로운 사람들이 새롭게 나서서 하는 게 옳은 길이 판단한다"고 밝혔다.

지리멸렬했던 '조국 정국'이 그의 불출마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고심 끝에 지난 추석 연휴 때 불출마를 결단했다"며 "'조국 장관 국면에서 국정감사를 거치면서 (불출마에 관해) 더는 미루지 않고 입장 정리를 해줘야겠다고 판단했다. 조 장관만 혼자 떠나보내기도 짠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민주당 지역위원장 공모에 신청조차 넣지 않으며 이미 불출마 의향을 내비친 바 있는 이 의원이지만 최근 들어선 지역구 출마를 재고하고 있었다. 여당 내 전략통이자 높은 인지도를 갖춘 이 의원은 제 21대 총선에서 '필승카드'로 꼽히며 당 안팎에서 지역구 출마를 강하게 권유 받아왔다. 박영선 중기벤처부 장관이 자리를 비운 서울 구로을 등 전략 공천 가능성도 물밑에서 제기됐다.
이인영 원내대표와 홍영표 전 원내대표는 이 의원의 불출마 결단을 사전에 공유받고 이를 강하게 만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내대표는 "오늘 오전 미리 의사를 전달받고 만류에 나섰지만 결심을 꺾지 못했다"고 전했다.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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