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7일(현지시간) 대선을 앞둔 아르헨티나가 '정치적 불확실성'을 이유로 2개월만에 또 다시 신용등급을 강등당했다. 글로벌신용평가사 피치는 14일, 아르헨티나 국가 신용등급을 기존 'CCC(상환불가능성 있음)'에서 'CC(상환불가능성 높음)' 등급으로 떨어트렸다. 둘다 정크 등급에 해당하며, CC에서 두 단계가 내려가면 디폴트 등급이다.
피치는 "정치 갈등에 따른 경제 위기가 심각해지면서 IMF(국제금융기금) 구제금융 집행 가능성에도 의문이 든다"고 강등 이유를 밝혔다. 지난 해 9월 IMF는 재정·외환위기를 동시에 겪는 아르헨티나에 대해 총 570억 달러 규모 조건부 구제금융을 해주기로 했지만 현재 IMF 측은 대선 불확실성을 이유로 집행을 미루고 있다. IMF가 정치 갈등을 줄이라면서 주요 대선 주자인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과 좌파 포퓰리즘' 진영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전 총리 측에 협력을 주문하며 구제금융 집행을 미룬 여파로, 15일 양 측 경제 전문가들이 워싱턴DC 소재 IMF본부를 찾아 구제금융 이행 협상에 들어간 상태다.
다만 마크리 대통령은 이날 120분간 진행된 토론 후 자리를 서둘러 떠나면서 석연치 않은 모습을 보였다. 마크리 대통령은 피곤한 듯 다른 5명 대선 주자들과 사진찍는 것을 거부하고 일찌감치 퇴장했고, 마크리 재선 캠프에서는 "상대 후보들이 공격적이고 거만하다, 우리가 이긴 셈"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포퓰리즘 진영의 페르난데스 후보는 27일 대선을 치르기 전에 승리를 선언했다. 그는 14일 최대 농산물 수출항구가 있는 로사리오 지역을 방문한 자리에서 자신은 특정 지역을 위한 대통령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나는 아르헨티나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산타페 지역 리토랄 대학에서 열린 아르헨티나 대선 주자 종합 토론회에서 재선에 도전한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맨 왼쪽)이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유력주자인 포퓰리즘 진영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전 총리. [사진 출처 = 로이터·DW]
앞서 8월 11일 전국 예비 대선 '파소(Paso)'에서 친(親)시장·기업가 출신 마크리 대통령은 잠정 투표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패배를 선언한 적이 있다. 당시 마크리 대통령은 32%를 얻은 반면 페르난데스 전 총리는 48%를 받아 압승을 거뒀다. 긴축 개혁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이에 따른 살인적 물가와 환율 폭등 탓에 시민들의 생활고가 불거진 결과다.다만 이때에도 피치는 아르헨티나 국가 신용등급을 당시 'B(투자 위험 상존)'에서 'CCC(상환불가능성 있음)'로 끌어내린 바 있고 무디스와 S&P도 줄줄이 등급을 낮추면서 아르헨티나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은 바 있다. 다만 지난 14일의 경우, 아르헨티나는 '문화다양성 휴일'이어서 증시가 열리지 않았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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