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15일 법무부를 상대로 국정감사를 진행한다.
조국 법무부장관이 전날 전격 사퇴하면서 김오수 법무차관이 장관 대리를 맡아 출석할 예정이다. 호남 출신인 김 차관은 차기 법무장관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여권내 '개혁의 아이콘'으로 불리던 조국 장관이 장관 지명 66일, 취임 35일만에 물러난 것은 자신과 가족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로 여권 전체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정권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총선을 불과 6개월 앞두고 여권이 '조국 사태'로 계속 수세에 몰릴 경우 선거 낙승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우려 목소리가 반영됐을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대통령 또한 조 장관 거취에 대해 "사법적 판단을 지켜보자"는 입장이었지만, 싸늘한 민심으로 국정운영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조 장관이 법치와 정의를 수호해야 할 장관직에서 늦게라도 물러난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조국 사태'로 인한 국민들의 상처와 충격은 아직 아물지 않았다.
조 장관의 딸이 고교생 시절 논문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리고, 표창장까지 위조해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한 것이나 계속된 유급에도 6차례 연속 장학금 받은 사실은 흑수저 출신인 수많은 청년들에게 큰 박탈감과 좌절감을 안겼다.
평범한 부모들은 조 장관 가족의 위선과 반칙, 특권을 보면서 자신의 자식들에게 제대로 뒷바라지를 해주지 못한데 대한 극심한 자괴감과 절망감을 느껴야 했다.
다수 국민들은 공정과 정의를 기치로 내걸었던 현 정권이 상식과 신뢰를 완전히 무너뜨린 조 장관 가족을 끝까지 감싸고, 조 장관 가족에 대한 검찰수사를 '검찰개혁을 막으려는 쿠데타'로 깎아내리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울분과 격노에 떨어야 했다. 서초동 집회 군중보다 훨씬 더 많은 시민들이 서울 광화문 광장으로 뛰쳐나와 '조국 사퇴'와 '엄정 수사'를 촉구한 것도 이런 분노와 절망이 응축된 결과이다.
하지만 여권과 지지층 일부에선 조 장관 사퇴를 내세워 벌써부터 '검찰총장 동반퇴진'을 흘리고 있다.
조 장관이 사퇴했으니 수사 책임자인 윤석열 검찰총장도 함께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말 라디오방송에서 "윤 총장은 스스로 거취를 정해야 하는 불행한 상황 맞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검찰 안팎에선 "법무부가 강화된 감찰권을 활용해 윤 총장 가족에 대한 감찰을 실시할 수 있다"는 애기도 나온다. 얼마 전 보도된 '윤 총장 별장 접대' 도 사실 여부를 떠나 수사 사령탑인 윤 총장을 흔들려는 정치적 노림수의 일부일 수 있다.
하지만 조 장관 사퇴와 윤 총장 사퇴는 별개의 문제다.
현재 검찰총장의 임기는 법에 2년으로 보장돼 있다. 윤 총장은 조 장관 사퇴로 자신의 입지가 흔들리고 힘들어지더라도 수사가 끝날 때까지 가시밭길을 흔들림없이 걸어가야 할 것이다.
검찰 수사도 마찬가지다. 검찰은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법과 원칙에 따라 조 장관 가족 의혹을 철저히 수사해 진상을 규명하고 범죄혐의가 드러나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조 장관 사퇴를 이유로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것은 다수 민심에 어긋나는 행태다. 이번 수사는 앞으로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 앞에 당당히 설 수 있느냐를 가르는 '검찰개혁'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조 장관 사퇴만으로 가슴에 구멍이 뚫리고 상처받은 민심이 제대로 치유되기는 힘들다.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조 장관의 사의 표명 직후 "국민들 사이에 많은 갈등을 야기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지만 이것 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동안 진보진영과 핵심 지지층만을 위한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에서 벗어나, 국민 전체를 위한 국정 대전환에 나서야 한다.
광장의 분열을 해소하고 진정한 국민통합의 길을 열어가야 한다. 상식과 정의가 살아있는 나라로 되돌려야 한다.
대통령이 '당신'만의 지도자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지도자로 우뚝 설 때 비로소 국민의 상처는 아물 수 있다.
두달간 나라를 두동강 낸 '조국 사태'는 독선과 아집이 국민통합과 국론결집에 얼마나 위험한 장애물인지를 여실해 보여줬다. 상식과 민심을 이기는 정치와 권력은 결코 없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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