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36살 고유정의 재판이 중반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제주지법 형사2부(정봉기 부장판사)는 사건 발생 143일째인 오늘(14일) 오후 2시 201호 법정에서 고 씨에 대한 다섯 번째 공판을 진행합니다.
이날도 3, 4차 공판과 마찬가지로 검찰과 변호인 측의 증인신문이 이어질 예정입니다.
고 씨 측은 범행 직후인 지난 5월 27일과 28일 오른손의 상처를 치료한 정형외과 의사를 증인으로 신청한 상태입니다. 고 씨는 성폭행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오른손을 다쳤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고 씨의 오른손 상처가 일종의 '방어흔'(흉기 공격을 막으려다 생긴 상처)이라고 주장하며, 우발적 범행임을 입증하기 위해 정형외과 의사를 증인으로 신청했습니다.
고 씨 측은 재판이 이뤄지기 전인 지난 6월 말 경찰 수사를 받는 도중 다친 오른손 등에 대해 법원에 증거보전신청을 하기도 했습니다.
검찰 측은 반대 의견을 낼 증인으로 당시 증거보전신청에 대한 감정서를 작성한 법의학자를 내세웠습니다.
이들 증인은 정당방위, 과실치사로 의한 우발적 살인 여부를 다툴 핵심 인물들입니다.
이번 재판의 가장 큰 쟁점은 전 남편을 살해한 고유정의 범행이 우발적이었는지 아니면 계획적이었는지입니다.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고 씨의 형량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재판 과정에서 검찰 측은 고 씨의 계획적 범행을 입증하기 위해 각종 증거물에 묻은 혈흔에서 수면제인 졸피뎀이 검출됐고, 해당 혈흔이 피해자의 것임을 확인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고 씨가 졸피뎀을 카레와 음료수 등 음식물에 희석해 피해자가 먹게 한 뒤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대검찰청 감정관 등이 증인으로 나왔습니다.
이에 대해 고 씨 측은 DNA가 검출된 혈흔의 시료와 독극물 검사를 한 시료가 서로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반론을 폈습니다. 고유정의 머리카락에서도 졸피뎀 성분이 나온 적이 있는 만큼 졸피뎀 검출 혈흔이 고유정의 것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당시 피해자가 저녁을 먹지도 않았으며, 고 씨를 성폭행하기 위해 칼을 들고 쫓아올 정도로 과격한 모습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재판부는 이날 증인신문을 끝으로 증거조사 절차를 마무리하고 이어 고유정에 대한 피고인 신문과 피해자 유족 진술을 위해 재판기일을 잡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 고 씨 측에서 요구한 범행 펜션에 대한 현장검증 실시 여부를 판단할 예정입니다.
재판부는 이전 재판에서 "현장검증을 유보해왔다. 현장검증이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데 도움이 될지 아닐지에 대해 증거조사를 마무리할 때 판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외에도 재판부는 현 남편 전처의 가족을 증인으로 세우겠다는 고 씨 측 증인 신청을 "이 사건과 관련이 없다"며 기각했습니다.
형사재판에서는 범죄사실의 엄격한 '증명'을 요구합니다.
다양한 증거를 통해 누구나 피고인의 범죄사실을 확신할 수 있을 정도의 입증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적어도 범죄사실에 관해 어느 정도의 개연성을 추측할 수 있을 정도로 혐의가 소명돼야 합니다.
이러한 유무죄 판단은 기소 후 법정에서의 증인신문 등 증거조사, 피고인 신문 등 일련의 절차를 거쳐 내려집니다.
고 씨는 지난 5월 25일 오후 8시 10분부터 9시 50분 사이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 강 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습니다.
혐의는 살인과 사체손괴·은닉입니다.
이 사건과 별개로 의붓아들 의문사 사건을 수사한 청주 상당경찰서는 지난달 30일 고 씨가 의붓아들인 B군을 살해한 것으로 결론내리고 사건을 검찰에 넘겼습니다.
검찰이 사건을 검토한 뒤 재판에 넘기면 전 남편 살해 사건의 1심 재판 상황에 따라 두 사건의 병합 시기가 결정될 전망입니다.
전 남편 살해 혐의를 받는 고 씨의 구속 기한은 오는 12월 말까지입니다. 통상 이전에 1심 선고가 이뤄집니다.
이 사건 선고에 앞서 의붓아들 살해 사건이 기소되면 즉시 병합이 이뤄지겠지만, 기소 시점이 늦어지면 1심 재판은 각기 진행되고 항소심 단계에서 병합될 수 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