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미중, 15개월만에 부분합의 `미니딜`로 휴전…최종합의까진 여전히 첩첩산중
입력 2019-10-12 20:01 
트럼프 美대통령 면담하는 류허 中부총리 [로이터 = 연합뉴스]

지난해 7월부터 서로에게 '관세 폭탄'을 던지며 강대강 대치를 이어오던 미국과 중국이 15개월만에 부분적인 합의인 '미니딜'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미중은 중국의 지식재산권 도용 문제를 비롯해 여전히 첨예한 이견을 보이고 있는 사항들을 향후 협상을 통해 논의해야 하는 만큼 최종합의까지는 풀어야 할 난제들이 많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중국과의 무역 분쟁과 관련해 "(양측이) 매우 실질적인 1단계 합의에 도달했다"고 말했다.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양국이 워싱턴DC에서 이틀간 진행한 고위급 무역협상 결과와 관련,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양측이 중국의 미 농산물 구매, 통화, 일부 지식재산권 보호 문제를 다루는 1단계 합의에 도달했다며 무역전쟁 종결에 매우 근접해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합의는 아직 서면으로 돼 있지 않다"면서 합의문 작성에 이르기까지는 "3∼5주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미국이 2017년 무역법 301조에 따른 중국의 지식재산권 도용, 강제기술이전을 문제삼아 조사에 나선 뒤 지난해 7월 이에 대한 조치 및 무역적자 해소를 명분으로 고율 관세를 중국에 부과하고 중국이 맞대응, 무역전쟁이 촉발된 지 15개월만에 일단 제한적·부분적 합의 형태로 '미니딜'에 이른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오는 15일부터 2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상품에 대해 25%였던 관세율을 30%로 올리려던 방침을 보류하고, 관세율을 인상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대신 중국은 400억 달러에서 500억 달러 규모에 이르는 미 농산물을 구매하는 방안에 동의했다.
다만 미측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은 12월부터 시행될 관세에 대해서는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므누신 미 재무장관도 "우리는 주요 문제들에 대해 기본적인 이해를 갖고 있지만 할 일이 더 많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던 조치와 관련해 "우리는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을 철회할지 여부를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 7월 말 중국에서 열린 고위급 협상이 성과 없이 끝난 이후 8월 초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 무역 갈등이 환율 문제로까지 번졌다. 그는 합의 내용에는 중국이 금융서비스 회사에 시장을 개방하는 것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앞서 미 대표단은 류허 부총리가 이끄는 중국 대표단과 10일부터 이틀 간 협상을 벌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류 부총리를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서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중국 협상단 측에 "당신들은 매우 힘든 협상가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AP는 전했다. 그는 향후 협상과 관련해서는 '1단계 합의'에 서명한 뒤 "2단계가 거의 즉시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CNBC방송은 전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협상과 이전의 논의에서 달라진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번 협상이 "더 크다"고 답했으며 류 부총리는 "협력"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협상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냈다. 시 주석은 친서에서 "양측이 당신과 내가 합의한 원칙과 방향에 따라 행동하고, 조화와 협력, 안정을 바탕으로 중미 관계를 진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기를 희망한다"며 서로의 우려를 해결하고 협력을 통해 긍정적인 진전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12일 중국 관영 매체들은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 결과에 대해 일제히 환영한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기대감을 드러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이제 문제 해결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추가 관세 부과를 취소하고 무역 균형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며 공동 이익의 최대 공약수를 찾아야만 미중 무역 문제를 최종적으로 풀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미중 협상에서 중국이 양보했다는 비판을 불식시키려는 듯 "중국의 핵심 이익과 인민의 근본 이익을 수호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으며 어떤 것도 이 원칙과 거래될 수 없다"면서 "중국을 압박해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일단 긍정적인 협상 결과가 도출됐음에도 불구하고 향후 난관도 적지 않을 것으로 외신들은 전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합의는 양국 경제에 타격을 준 무역전쟁에서 가장 큰 돌파구"라면서도 "제한적인 합의로 일부 단기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수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몇 가지 논쟁거리는 여전히 남아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주요 목표는 지식재산권 도용, 기술이전 강요, 중국의 자국 산업 보조금 지급에 대한 불만 등에 관한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미국은 그간 중국에 ▲미국 기업에 대한 기술이전 강요 금지 ▲지식재산권 보호 ▲중국 기업에 대한 산업보조금 지급 금지 ▲환율조작 금지 ▲농산물·서비스 시장 개방 ▲사이버 절도 근절 ▲미중 무역합의의 이행강제체제 확립 등을 요구해왔다. 블룸버그는 "중요한 것은 트럼프가 이번 합의는 보다 광범위한 합의의 첫 단계라고 말했다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달 칠레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과 합의에 서명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베이징 = 김대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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