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10월 9일 뉴스초점-'마음은 콩밭' 서울대 교수들
입력 2019-10-09 20:02  | 수정 2019-10-09 20:23
교수님은 항상 바쁘다. 강의와 시험 같은 학사 일정은 물론 연구도 해야 하니 당연한 것 아닌가 하시겠지만, 요즘 학생들이 말하는 뜻은 좀 다릅니다. 각종 기관의 자문 활동을 비롯해 기업의 사외이사 등등 대외 활동이 워낙 많아 막상 강의 시간이 아니고선 교수님 만나기가 힘들다는 얘기거든요.

서울대의 경우 총장 허가를 받으면 1인당 최대 2개 회사의 사외이사를 겸할 수 있고, 일주일에 8시간 이내로만 근무할 수 있습니다. 이건 일반 근로자들의 하루 치 근무시간인데, 이런 사외이사의 연봉은 평균 4,700만 원, 많게는 1억 원 이상도 받습니다. 이렇게 사외이사를 겸하는 교수는 서울대에만 170명, 전체의 7%가 넘죠. 다른 국립대 전체 평균이 1% 이하인 걸 보면, 굉장히 많은 겁니다.

4년 전 서울대가 교수들의 사외이사 겸직이 늘자 그 수입 중 일부를 학교발전기금으로 내게 했는데, 올 8월까지 모인 금액이 22억 원이 넘으니 말 다 한 거죠. 사립대 역시 2~3%의 교수들이 사외이사 겸직을 하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공개를 한 경우에 한한 겁니다. 교수들의 겸직은 자진신고로만 알 수 있으니, 대부분의 대학과 교수들은 이를 공개하지 않거나 익명으로 하고 있거든요.

이렇게 교수들이 '떡밥'에 관심이 많다 보니, 부작용도 큽니다. 대외활동으로 교수가 장기 휴직을 해 논문 심사를 못 받은 학생이 지도교수를 바꾸기도 하고, 사외이사들이 기업의 거수기 역할을 한단 비판도 나오니까요.

대학은 학문의 요람이라는데, 그 요람을 흔드는 교수들의 마음이 콩밭에 가 있지는 않은지, 이젠 제대로 확인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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