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라임운용, 리스크 큰 `코스닥CB` 편입…주가 급락에 현금화 막혀
입력 2019-10-09 17:50  | 수정 2019-10-09 23:31
◆ 라임 환매중단 사태 / 펀드 어떻게 운용했길래 ◆
금융당국이 라임자산운용에 대해 추가 환매이행계획서를 요청하면서 라임자산운용 펀드의 조속한 환매 가능성과 함께 추가 환매 중단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대량 환매 중단을 촉발한 모펀드가 메자닌 자산을 주로 담는 펀드인 점에서 이른 시일 내 유동화를 통한 환매가 재개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환매 중단이 결정된 테티스 펀드에 들어 있는 메자닌 자산은 그동안 라임자산운용 성장의 일등 공신이었지만 이번에 유동성 문제를 촉발하는 부메랑이 됐다. 메자닌은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의미하는 것으로 주식으로 전환 가능한 채권을 뜻한다. 평상시에는 채권이지만 주가가 오르면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어 초과 수익을 누릴 수 있다.
만약 주가가 하락하면 리픽싱(전환 가격 재조정)을 통해 이익을 얻는다. 가령 전환 가격이 5000원인데 주가가 5000원에서 4000원으로 하락하면 전환 가격을 3500원으로 낮춰 초과 이익 1500원을 얻을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주식보다 안전하고 채권보다 수익성이 높은 자산으로 평가받아 왔다. 라임자산운용은 2016년 새턴 1호 펀드를 출시하면서 메자닌 펀드 사이즈를 키워 왔다.
메자닌은 작년 초 코스닥벤처 펀드 설립으로 몸값이 크게 오르며 '쏠림 현상'을 낳았다. 코스닥벤처 펀드는 의무적으로 코스닥벤처 기업 메자닌을 담게 했는데 코스닥벤처 펀드 규모가 3조원에 육박하면서 자산운용사들은 비싼 값에 메자닌을 사들였다. 일부 CB는 제로 쿠폰으로 발행되기도 했는데 이는 이자는 받지 않아도 주식 전환에 대한 기대만으로 CB를 매입하려는 수요가 있었다는 뜻이다. 실제로 라임자산운용 메자닌 펀드 역시 지난해 연 10%에 가까운 수익을 내며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시장에서 호평받았다.

그러나 이렇게 비싼 값에 발행한 CB는 코스닥 시장이 침체하면서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주가가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주식으로 전환할 실익이 없는 제로쿠폰 CB는 무수익 자산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편입한 CB의 발행 기업이 디폴트가 날 가능성이 적고 라임자산운용이 메자닌을 매입하면 충분한 담보를 잡았기 때문에 원금 손실 가능성이 적지만 만기를 기다려 현금을 얻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원래 예정된 자금 조달 계획은 있었으나 메자닌 유동화가 어려워진 데다 환매 요구까지 나오자 라임자산운용은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환매 중단을 선언했다.
라임자산운용은 메자닌 자산을 헐값으로 처분해 환매 대금을 마련하기보다는 만기 상환까지 기다리더라도 원금 손실은 막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8일 환매 중단을 선언한 라임의 테티스나 플루토 펀드뿐만 아니라 새턴 등 대표 펀드도 대부분 메자닌 자산을 편입하고 있어 환매 중단 펀드가 추가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
신동준 금융투자협회 자산운용서비스본부장은 "앞으로 라임 펀드 환매 중단 규모가 어느 정도까지 나올지, 언제쯤 환매가 가능할지 당장 전망이 힘들다는 게 문제"라며 "특히 메자닌은 적정 시장 가격이 나오기 힘든 자산이라 원금 보전 가능성과는 별개로 현금화는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투협 관계자는 "공모 펀드는 유동성 규제도 있고 환매 중단을 위해 수익자 총회도 열어야 하는 절차가 있지만 규제가 덜한 사모펀드는 이처럼 환매가 연기되거나 중단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말했다.
일단 라임자산운용은 이번주 안으로 고객에게 환매 일정을 제시하겠다는 계획이다. 라임자산운용 관계자는 "일부 CB에 대해서는 풋옵션을 행사해 조기 상환에 들어갔고 만기 상환이 다가오는 CB도 있어 가능한 한 부분적으로 환매할 수 있는 일정이라도 알릴 예정"이라며 "이번에 환매 중단이란 조치를 내린 것은 고객 자산 보호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자산운용 업계에서는 이번 라임자산운용 사태가 사모펀드 투자를 위축시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사모펀드 중에서는 라임펀드와 같이 메자닌 및 사모채권을 편입한 펀드가 많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사모펀드 전체에서 주식·채권과 같은 전통자산 비율은 32.9%에 불과하고 메자닌 등 특별자산이 21.3%를 차지할 정도로 메자닌을 담은 사모펀드가 많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라임자산운용은 자산운용 규모가 한때 6조원까지 갔으니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고객이라면 하나씩은 다 들고 있었던 셈"이라며 "라임자산운용의 메자닌 펀드에 담긴 자산이 일반적 사모자산 운용사 펀드의 메자닌보다 리스크가 높다는 특수성이 있는데도 지금은 메자닌 펀드를 다 위험 상품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 강북 지역 PB는 "라임 사태와 독일 금리 파생결합증권(DLS) 등으로 위험 자산에 대한 고객의 불안감이 상당하다"며 "과거에 메자닌이나 부동산 펀드는 중위험으로 평가받곤 했지만 이젠 수익률을 낮추더라도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추세"라고 말했다.
[김제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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