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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석 “내가 감독이면 나 안 썼을 텐데…감사합니다” [현장인터뷰]
입력 2019-10-09 17:41  | 수정 2019-10-09 17:58
고우석이 9일 키움과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LG의 승리를 이끈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서울 잠실)=김영구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잠실) 이상철 기자
4차전에 꼭 가고 싶었는데 기쁘다.”
고우석(21·LG)은 세 번 울지 않았다. 준플레이오프 3차전 후 그는 환호했다.
고우석은 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과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9회말 구원 등판해 LG의 4-2 승리를 이끌었다. 탈락 위기에 몰렸던 LG는 2패 뒤 1승으로 기사회생했다.
준플레이오프는 그에게 시련이었다. 1차전에서 박병호에게 끝내기 홈런을 허용했으며 2차전에서는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못 맞고 서건창에게 동점 적시타를 맞았다. 1패 1블론세이브.
하지만 류중일 LG 감독은 고우석을 신뢰했다. 8회말 카를로스 페게로의 홈런으로 4-2로 리드하자, 9회초 시작 전 사이렌이 울려 퍼졌다. 고우석의 등장을 알리는 신호였다.
쉽지 않았다. 고우석은 김하성을 볼넷, 송성문을 사구로 내보내며 위기를 초래했다. 이지영의 희생번트로 1사 2, 3루였다. 안타 하나면 동점이었다. 그러나 박동원과 김혜성을 범타로 처리하며 준플레이오프 1호 세이브를 기록했다.
고우석은 제구가 안 좋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래도 오늘은 경기 전 내가 생각한대로 던지자고 계획을 세웠다.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유)강남이 형이 리드해줬다. 초반에는 투구 밸런스가 좋지 않았으나 그렇게 공을 던지니까 감을 찾을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박동원의 타구는 잘 맞았다. 그러나 중견수 이천웅에게 날아갔다. 3루 주자 김하성도 홈으로 뛰기 힘들었다.
고우석은 (홈런을 맞으면) 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1루를 채우더라도 이길 수 있다는 생각으로 볼 배합을 했다. 타구가 워낙 잘 맞았다. 그런데 신기하게 너무 잘 맞아서 야수 정면으로 가더라. 2차전과 달랐다. 그때는 내가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서건창의 타구가) 빠져나갔다. 야구가 신기하고 어렵다”라고 말했다.
1·2차전 패배 후 고개를 들기 어려웠다. 고우석은 2경기 모두 나 때문에 졌다. 팀에 너무 죄송했다. 감독님과 선배들의 격려가 큰 도움이 됐다. 나를 믿어주는 사람이 많은 만큼 내가 할 거에만 집중하려고 했다”라고 전했다.
고우석은 류 감독에게 감사의 말을 남겼다. 그는 감독님께 정말 감사드린다. 내가 감독이었다면 나를 9회초에 등판시키지 않았을 것이다. (정)우영이가 좋았으니까 끝까지 밀었을 거다. 그런데 ‘이전 경기는 다 잊고 막고 와라고 하시더라. 오늘도 쉽지 않았는데 운도 따라줬다”라며 웃었다.
이어 그는 동생 때문에 졌는데 형들이 ‘누가 잘못한 게 아니라 질 경기라서 진 거다라며 밝은 분위기를 만들어줬다. 정말 고마웠다. (차)우찬이 형도 ‘절대 자신감을 잃지 마라며 조언했다”라고 덧붙였다. 준플레이오프 4차전은 10일 열린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부터 4경기 연속 등판한 고우석이다. 그러나 결장은 없다.
그는 지금껏 불안했다. 다음에는 꼭 안정적으로 막도록 노력하겠다. 내 공을 믿고 던지면 좋은 결과가 따라오지 않을까”라며 자신 있게 말했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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