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비둘기 신세 된 앵무…스페인 마드리드市, `앵무와의 전쟁` 선언
입력 2019-10-09 14:06  | 수정 2019-10-09 18:16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 시내 카사데캄포(Casa de Campo) 공원에 `퀘이커 앵무`가 비둘기와 뒤섞여 앉아 있다./출처=스페인 엘파이스 신문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 시가 '앵무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귀여운 외모로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앵무가 도심의 비둘기처럼 찬밥신세가 됐다.
7일(현지시간) 스페인 ABC신문과 엘파이스 신문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마드리드 시의회는 내년부터 시내 공원에 사는 '퀘이커 앵무(myiopsitta monachus)' 수를 줄이기 위해 전방위 작전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보르하 카라반테 마드리드 시 환경·이동성 국장은 시내 카사데캄포(Casa de Campo) 공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앵무 한 마리 당 6~8유로(약7900~1만500원) 등 총 10만 유로(1억 3150만원)를 들여 1만2000마리를 없앨 것"이라고 밝혔다. 시는 퀘이커 앵무를 '윤리적으로 학살'하는 방안을 비롯해 알에 소독을 해서 아기 앵무새가 부화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법 등 여러가지 수단을 동원할 것으로 전해졌다.
퀘이커 앵무는 1980~1990년대 스페인에서 애완용으로 인기를 끈 앵무 종인데 남미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이 고향이다. 2011년에 이 새를 거래·소유하는 것이 불법이 되기 전까지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아르헨티나에서 스페인으로 수입됐다고 한다.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 시내 카사데캄포(Casa de Campo) 공원에 있는 `퀘이커 앵무`의 둥지. 둥지는 평균 40~50kg에 이른다. 마드리드 시 정부는 실제로 다친 사람은 없지만 둥지가 떨어지면 행인이 다칠 수 있다면서 7일(현지시간) 앵무 소탕 작전을 발표했다./출처=스페인 ABC신문
퀘이커 앵무가 비둘기처럼 찬밥 신세로 전락한 건 개체 수가 너무 빠르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마드리드 시는 퀘이커 앵무가 너무 많이 늘어나는 바람에 조류독감 유행같은 '위생 문제'와 '생물 다양성'이 걱정된다면서 앵무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스페인 조류협회에 따르면 마드리드 시내 공원에 사는 퀘이커 앵무 수는 3년 간 33% 폭증했다. 2005년에는 1700마리 정도가 살았지만 2016년에 9000마리, 2019년 들어서는 1만2000마리로 쑥쑥 늘어났다.
우선 퀘이커 앵무는 수명이 20년 정도인데 매년 6~8개의 알을 낳아 번식력이 좋은 편이고 잡식성이다. 앵무가 시내에 늘어나게 된 더 중요한 이유는 사람들이 키우던 새를 방사한 탓이다.
사람들이 버린 퀘이커 앵무가 공원에서 살기 시작하면서 시민들은 "새가 시끄럽게 운다"는 불만을 신고하기 시작했다. 시에 따르면 작년에는 퀘이커 앵무와 관련한 신고가 209건 들어왔는데 올해에는 1~8월말에만 197건에 이른다. 게다가 퀘이커 앵무는 평균 40~50 킬로그램(kg)·최대 200kg에 달하는 둥지를 짓는 데 둥지가 길가에 떨어지면 행인이 다칠 수도 있고, 앵무가 참새 같은 다른 작은 새에게 부정적 영향을 줘 생물 다양성을 해친다는 것이 시 의회·정부의 설명이다.

스페인에서 새와의 전쟁을 선언한 지방정부는 마드리드 시 뿐은 아니다. 작년에는 남서쪽 항구도시인 카디스에서 지역 주민을 괴롭힌다는 이유로 5000여 마리 비둘기 소탕계획을 세운 적이 있다.
다만, 마드리드 시민들 사이에선 퀘이커 앵무가 시끄럽기는 해도 실제로 앵무 둥지에 맞아 다친 사람도 없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앵무를 버린 결과 앵무들이 시내에서 막무가내 번식을 했기 때문에 사람 잘못이 크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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