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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 대타’ 박용택, 묵직한 메시지 담긴 값진 ‘희생’ 플라이 [WC1]
입력 2019-10-04 06:21 
2019 프로야구 KBO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 LG 트윈스와 NC 다이노스의 1차전 경기가 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4회말 무사 1,3루 LG 박용택이 희생플라이에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서울 잠실)=옥영화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잠실) 안준철 기자
준비는 하고 있었다.”
대타 박용택. 분명 낯선 장면이다. 적어도 LG트윈스의 가을야구에서는 처음 일어난 일이었다. 하지만 베테랑 박용택(40)은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100% 이행했다.
LG는 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NC다이노스와의 2019 KBO 와일드카드 결정전(WC) 1차전에서 3-1로 승리하며,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이날 승리로 LG는 오는 6일 정규시즌 3위 키움 히어로즈와 고척스카이돔에서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치르게 된다.
1회말 이형종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얻은 LG이지만 이후 2, 3회 추가 득점에 실패했다. 2회말 2사 1·2루, 3회말 2사 만루의 찬스를 살리지 못하면서 불안한 1-0의 리드가 이어졌다.
하지만 이날 승부처는 4회였다. LG 벤치는 과감한 선택으로 추가점을 얻어냈다. 류중일 LG 감독은 4회말 무사 1, 3루 정주현의 타석 때 베테랑 박용택을 대타로 투입했다. 대타 카드를 경기 초반 꺼내 들며 승부수였다.
류 감독의 선택은 적중했다. 박용택은 NC 투수 박진우를 상대로 우측 담장 근처로 날아가는 큼지막한 희생플라이를 때리며 2-0으로 달아났다. 이때 1루 주자 이천웅이 태그업 플레이로 2루까지 도달하며 1사 2루의 추가 득점 기회가 이어졌고, 이형종의 적시 2루타가 터지면서 3-0으로 만들었다. 승기를 잡는 순간이었다.
경기 후 류중일 감독도 박용택 대타 기용은 추가점이 필요한 승부처라고 판단했고, 결과적으로 적중했다”고 만족스러워했다.

고려대를 졸업하고 2002년부터 LG에 몸담고 있는 박용택이 포스트시즌에서 대타로 나선 것은 분명 낯선 장면이다. 신인 시절인 2002년에는 가을에 펄펄 날면서 LG의 한국시리즈 진출에 1등 공신이나 마찬가지였다. 이후 암흑기를 거치면서도 팀의 간판타자 역할을 해왔고, 2013·2014·2016 포스트시즌에도 팀의 중심을 잡았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잦은 부상으로 정규시즌 1군에 빠지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흐르는 세월을 박용택도 거스를 순 없었다. 이번 포스트시즌 1번 대타라는 임무를 맡게 됐다. 2번 대타는 무릎 부상을 당한 오지환(29)이다.
경기 후 박용택은 자신에게 몰려든 취재진을 향해 누가 보면 만루홈런이라도 때린 사람인 줄 알겠다”며 활짝 웃었다. 그러면서 아쉬운 게 전혀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상황이 이렇게 됐으니 거기에 맞춰 준비를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대타 출전은) 처음부터 대비하고 있었다. 앞선 타석부터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큼지막한 타구였다. 워닝트랙까지 타구가 날아갔다. 잠실이 아니었다면 큰 것도 노려볼만했다. 박용택도 맞는 순간 아쉬웠다”며 웃었다. 그래도 목적은 달성했다. 그리고 박용택에게도 가을은 간절하다. 박용택은 4번째 가을야구인데, 벤치는 처음이다. 올해가 마지막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회없이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최고참 맏형의 희생플라이는 새삼 희생이라는 의미를 되새기기에 충분했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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