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셀코리아`에도 외국인은 금융·반도체 샀다
입력 2019-10-03 17:04  | 수정 2019-10-03 20:04
외국인이 한국 증시를 연일 매도하고 있다. 해외 투자자들은 외국계 증권사 창구를 통해 지난 8월부터 두 달에 걸쳐 3조6000억원어치 국내 주식을 순매도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팽배한 상황에서 부진한 한국 경제지표가 이어지자 '셀 코리아' 현상이 부각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코스피가 연기금의 순매수를 등에 업고 미니 랠리를 펼치는 동안에도 외국인은 연일 '팔자' 행렬을 이어갔을 만큼 우리 증시를 둘러싼 상황이 녹록지 않다. 그러나 강한 매도세에도 몇몇 종목은 외국인의 집중 선택을 받아 주목된다. 금융지주, 메모리 반도체 관련주 가운데 실적 개선이 점쳐지는 일부 종목이 대상이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이달 2일까지 외국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우리금융지주다. 한국금융지주도 순매수 상위 11위에 이름을 올렸다. 우리금융지주의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순위는 32위, 한국금융지주는 54위임을 고려하면 모두 몸집 대비 강한 매수세가 쏠렸다.
우리금융지주는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보다 그간 주가를 짓누르던 악재가 해소된 데 방점이 찍혔다. 지난달 말 오버행(대량 대기물량) 이슈가 해결되면서 외국인이 대거 '사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금융이 지난달 우리카드를 자회사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우리금융지주 자사주가 시장에 대량으로 풀릴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우리은행이 이 물량을 대만계 보험회사 푸본생명에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하기로 하면서 대량 매물 출회로 인한 주가 희석을 막을 수 있게 됐다. 은행주 특유의 높은 배당수익률도 연말 배당을 노린 외국인 투자자들 구미를 자극했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우리금융지주는 올해 기대 배당수익률이 5.5%에 육박해 업종 내 상위권"이라며 "파생결합증권(DLS) 손실이 확정됨에 따라 고객과의 분쟁 조정이 본격화하는 등 잡음이 지속되고 있지만 기타 대형 금융지주사 대비 연기금 보유 비중이 낮아 연기금 매수 여력도 남아 있다"고 말했다. 한국금융지주가 순매수 상위 종목에 오른 것도 고배당을 노린 수요가 쏠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외국인 투자자들 순매수 리스트에서는 반도체 경기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엿보였다. 삼성전자, 삼성전기, RFHIC 등 반도체 경기가 반등하면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종목이 상위에 포진했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내년 초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하면서 최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여기에 더해 삼성전자 폴더블폰 흥행 조짐이 일자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카메라모듈 등 부품을 삼성전자에 납품하는 삼성전기 등 부품주도 덩달아 시장의 관심을 받았다.
특히 삼성전기에 쏠리는 관심이 뜨겁다. 지난 한 달간 외국인은 삼성전기를 2750억원어치 샀다. 시총 1위 삼성전자 순매수량(2300억원)을 앞지르는 수치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모듈·기판 사업은 양호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고 무엇보다 시장 눈높이는 내년으로 예상되는 종합 실적 턴어라운드에 맞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방어주로 꼽히는 방산주에도 매수가 쏠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순매수 상위 7위다. 자회사 한화시스템이 연말께 상장을 앞두고 있고, 3조원 규모 인도 무기 수주가 유력시되는 등 긍정적 모멘텀이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홍혜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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