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깡통 소화기가 덩그러니…골목시장 '방치된 안전'
입력 2019-10-01 19:30  | 수정 2019-10-01 20:20
【 앵커멘트 】
불이 나면 초기에 불길을 잡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소방차가 가기 힘든 골목시장이라면 두말할 것도 없겠죠.
하지만 골목 곳곳에 설치된 소방시설을 믿었다간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MBN 안전기획 '여러분 동네는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골목 소방시설 관리 실태를 손하늘 기자가 고발합니다.


【 기자 】
소방대원이 시장 지붕을 향해 연신 물을 뿌립니다.

건물 3층 내부를 까맣게 태운 화재로 시장 점포에서 잠을 자던 60대 부부가 숨졌습니다.

소방차 접근이 어려운 이런 소규모 골목시장을 중심으로 소방시설 관리는 제대로 되고 있는지 실태를 살펴봤습니다.

우선 소화기 여러 개를 모아놓은 '미니소방서'.


▶ 스탠딩 : 손하늘 / 기자
- "아크릴판이 떨어져 있는 이 미니소방서는 아무렇게나 열리고 닫히다보니 소화기 하나가 사라져 있습니다. 그나마 있는 소화기를 가지고 화재 현장으로 간다고 해도 끝이 아닙니다. 이 소화기는 내부가 텅 빈 소화기이기 때문입니다."

▶ 인터뷰 : 시장 상인회 관계자
- "저번에 누가 (소화기를) 가져갔대요, 이거를 깨고. 소방서에서 1년에 한 번씩 (점검) 오더라고요."

취재진이 돌아본 서울시내 골목시장 3곳 모두, 고압가스가 빠진 깡통 소화기가 적지 않습니다.

미니소방서가 옷걸이와 자전거로 가려진 곳도 있고, 창고 뒤에 설치돼 보이지 않는 곳도 있습니다.

▶ 인터뷰 : 인근 상인
- "원래 저 앞에 아무것도 놓지 말아야 하는 건데, 자꾸들 놓는 걸 어떡해요."

다른 소방시설도 마찬가지입니다.

소화기가 있어야 할 자리엔 거미줄만 쳐져 있고, 상인들이 내놓은 물건에 소화기도 비상벨도 파묻혀 버렸습니다.

1년에 한두 차례 재래시장 소방점검이 이뤄지기는 하지만 대상이 선별적인데다, 특히 미니소방서는 명확한 관리 규정조차 없기 때문입니다.

▶ 인터뷰(☎) : 소방서 관계자
- "설치한 지도 오래되고 상인회도 바뀌고 하다 보니까 (소방시설) 열쇠를 분실하고…. 이게 좀 애매합니다."

점포 밀집도가 높은 골목시장, 작은 불씨가 큰 화재로 번지기 쉬운 만큼 주기적인 시장 자체점검을 제도화하는 것도 검토할 만합니다.

MBN뉴스 손하늘입니다.
[ sonar@mbn.co.kr ]

영상취재: 전범수 기자, 홍현의 VJ
영상편집: 이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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