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스마트폰으로 `똑똑` 빈병 노크했더니…AI가 자동으로 물 주문
입력 2019-10-01 17:38 
'노커 기술'의 활용 예시. 물병을 스마트폰으로 두드리면 물병과 부딪히며 발생한 고유한 패턴의 소리와 진동 등을 감지해 인공지능(AI)이 물병임을 인식하고 물 주문과 같은 사용자가 설정한 서비스를 실행한다. [자료 제공=KAIST]

국내 연구진이 스마트폰으로 사물을 가볍게 '노크'하기만 하면 즉시 어떤 사물인지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사물을 두드릴 때 나오는 소리와 진동을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사물을 인식하는 기술로, 실생활의 다양한 서비스에 응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성주 KAIST 전산학과 교수 연구진은 스마트폰으로 사물을 두드릴 때 발생하는 소리와 진동 등을 스마트폰에 탑재된 마이크와 가속도계, 자이로센서(중력가속도·각속도 측정)로 감지해 어떤 사물인지 최대 98% 정확도로 식별할 수 있는 AI 기반 '노커 기술'을 개발했다고 1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지난달 9일부터 5일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국제학회인 '전산기계협회(ACM) 유비콤프'에서 발표됐다.
기존의 스마트폰 사물 인식은 사물에 부착된 전자태그(RFID)를 통해 사물의 정보를 수신하는 방식과 카메라로 사진을 촬영해 AI로 영상을 분석하는 방식 등이 주로 쓰였다. 하지만 전자태그 방식의 경우 인식하고자 하는 모든 사물에 태그를 붙여야 해 번거로울 뿐만 아니라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었다. 또 영상 인식 방식은 어두운 곳에서는 사진을 찍어도 사물이 잘 인식되지 않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이번에 개발된 노커 기술은 이미 스마트폰에 탑재돼 있는 마이크와 센서를 활용하기 때문에 전자태그 같은 별도의 장치를 쓰지 않고도 높은 정확도로 사물을 인식할 수 있다. 가령 물이 담긴 플라스틱 병을 스마트폰으로 살짝 친다고 하면 이때 병에 스마트폰이 부딪히면서 발생하는 독특한 소리와 진동을 감지해 사물을 식별하는 것이다. 데이터 분석과 사물 인식에는 AI 머신러닝(기계학습)이 적용됐다. 사물을 인식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0.2초에 불과해 사실상 실시간으로 인식 가능한 수준으로 확인됐다.

이 교수는 "사물마다 부딪히면서 나는 소리와 진동이 다르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라며 "사물이 가진 고유한 소리와 진동 패턴으로 충분히 사물을 구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이 책과 노트북, 물병, 자전거 등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23종의 사물로 실험한 결과에 따르면, 식당 등 잡음이 많은 공간에서는 사물 인식 정확도가 83% 수준이고 가정 등 실내 공간에서는 사물 인식 정확도가 9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노커 기술로 새로운 스마트폰 서비스 시장을 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예를 들어 빈 물통을 스마트폰으로 노크하면 자동으로 물을 주문할 수 있도록 노커 기술에 스마트 주문 서비스를 접목시킬 수 있다.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활용해 취침 전 침대를 노크하면 불을 끄고 자동으로 알람을 설정하도록 구현하는 것도 가능하다. 연구진은 이 같은 서비스 사례 15개를 선보였다.
이 교수는 "제시한 사례들 외에도 사용자가 원하는 사물과 기능을 직접 설정할 수 있는 만큼 활용 범위는 무궁무진하다"며 "특히 상용 스마트폰으로 즉시 이용 가능한 기술인 만큼 실용화에 대한 장벽이 낮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AI를 학습시킬 수 있는 데이터 수집에 대한 안내 서비스와 사용자가 맞춤형 서비스를 설정할 수 있도록 하는 유저 인터페이스만 갖추면 즉시 상용화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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