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라임운용, 3개 펀드 만기상환 실패…사모펀드 잇단 `잔혹사`
입력 2019-10-01 17:38  | 수정 2019-10-01 19:35
국내 사모펀드 수탁액 1위인 라임자산운용이 사모채권 유동화에 문제가 생기면서 펀드 일부 자금에 대해 상환금 지급을 연기했다. 1일 라임자산운용은 2일 만기가 돌아오는 라임 Top2 밸런스 6M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3개 펀드에 274억원의 상환금 지급 연기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 펀드는 우리은행이 판매했으며 우량 회사채권(레포펀드)에 50%, 라임플루토펀드에 50%를 투자하는데, 플루토펀드에 들어 있는 사모채권 현금화에 문제가 생겼다.
라임자산운용 관계자는 "금융시장 전반의 부진으로 유동화 계획에 차질이 생겨 자산의 현금화가 늦어졌다"며 "레포펀드 투자금액은 먼저 지급하고 사모채권 투자 금액은 현금화되면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7월엔 독일헤리티지부동산DLS사모펀드 137억원이 인허가 지연으로 만기 상환 실패 사례가 나타났다. 또 지난달엔 KB증권이 판매한 호주부동산펀드가 계약 미이행으로 투자자금의 일부인 882억원이 호주 법원에 자산 동결된 상태다.
라임자산운용이 사모펀드 환매를 연기함에 따라 사모펀드 전반에 대한 유동화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사모펀드는 공모펀드와 달리 금융감독당국 규제를 상대적으로 받지 않고 유동성이 적은 자산을 취급한다. 현금화는 어렵고 위험성은 큰 대신 수익률이 높은 자산을 주로 담다 보니 기초자산 처분 역시 어려울 수밖에 없다. 공모펀드가 주로 담는 주식·채권 등 전통자산은 시장에서 언제든지 쉽게 매도가 가능해 현금을 마련할 수 있는 것과는 반대다.
지금까지 사모펀드 시장에 계속 돈이 들어오고 비전통자산에 대한 수요도 높았기 때문에 현금화가 수월했으나 독일 DLS 사태로 최근 들어 사모펀드나 대체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냉각되자 문제가 터지기 시작했다. 라임자산운용 역시 최근 1년간 수탁액이 2배나 늘며 신규 자금이 계속 유입될 때는 펀드 만기에 대응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신규 자금 공급이 중단되면서 환매대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메자닌 불공정 거래 의혹과 금융감독원 조사로 신규 자금이 거의 안 들어오자 자산을 처분해 현금을 마련하는 속도가 환매 요구를 맞추지 못한 것이다.

특히 사모펀드가 그동안 높은 수익률을 위해 위험성이 큰 자산을 주로 담은 것도 자산 현금화를 어렵게 하고 있다. 이번에 라임자산운용 사모채권이 현금화가 늦어지기는 했지만 사모채권 시장 자체는 최근에 별다른 위험 징후가 없다. 사모채권은 금감원 보고의무 등을 거치는 공모채권과 달리 기업들이 적은 규모의 자금을 빠르게 모집하기 위해 소수 한정된 투자자를 대상으로 발행한다. 한 채권 펀드매니저는 "사모채권이라고 하더라도 신용등급을 받는 회사의 채권은 시장에서 바로 소화되는데 현금화가 어려웠다면 리스크가 있기 때문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장외에서 같은 3년 만기 채권이라도 AA- 등급 회사채 금리는 1.7%인데 BBB- 등급은 7.8%다. 이처럼 이자율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신용등급이 낮은 채권에 투자할 수밖에 없다. 특히 라임자산운용은 신용등급을 받지 않는 사모채권 등도 다수 취급했기 때문에 최근 경기 침체에 따른 크레디트 리스크가 부각되면 더욱 현금화가 힘들어진다.
업계에서는 라임자산운용이 헐값에 자산을 처분해 원금 손실을 보기보다 차라리 만기까지 가서 원금을 지키는 방법을 사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라임자산운용이 들고 있는 사모채권이 시장에 별로 나오지 않는 것을 보면 굳이 급히 처분하기보다 시간을 두고 원금 상환을 받으려는 것 같다"며 "디폴트가 나지 않는 이상 원금 상환은 크게 무리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도 "원금 회수 방법에는 만기 상환, 조기 상환 요청, 외부 매각 등 여러 방식이 있는데 무리하게 팔기보다 투자자에게 손실을 끼치지 않도록 하겠다"며 "이달 만기가 돌아오는 펀드들의 규모가 추가로 1200억원가량인데 이건 제때 환매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라임자산운용이 환매를 연기하면서 시중에서 우려했던 채권·메자닌 대량 매도 가능성은 낮아졌다. 김형호 한국채권투자자문 대표는 "라임이 판매를 연기하면서 채권 물건이 더 이상 시장에 나오지 않고 있다"며 "5조원가량의 대체자산을 들고 있는 라임자산운용이 환매에 따른 매도를 하면 시장이 출렁거릴 수는 있지만 지금으로서 그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한편 금감원 관계자는 "라임자산운용 검사는 계속하고 있고 아직 결론이 나올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김제림 기자 / 진영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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