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뉴스추적] '화성 그놈' 이춘재 얼굴 공개…몽타주와 비슷하지만 '착한 척'에 속았다?
입력 2019-09-28 22:02  | 수정 2019-09-28 22:08
【 앵커멘트 】
오늘 화성연쇄살인 사건 용의자 이춘재의 얼굴을 공개합니다.
고교 시절 모습인데요. 날카로운 눈매가 몽타주와 비슷하지만, 왜 그를 잡지 못했을까요?
이춘재는 범행할 땐 잔인하지만, 평소엔 착한 척하며 철저히 이중생활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박호근 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 질문 1 】
용의자 이춘재의 과거 얼굴을 공개하기로 했다고요?

【 기자 】
네, 화성연쇄살인 사건의 용의자 이춘재가 자백을 하지 않아 아직 피의자가 아닙니다.
그래서 경찰도 신원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요, 저희는 이춘재가 자백하지 않았지만 DNA 분석 결과를 신뢰할 수 있고,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 질문 2 】
어떤 모습입니까?

【 기자 】
네 이 얼굴인데요.

한 언론사가 공개한 이춘재의 고등학교 졸업 앨범 사진입니다.


몽타주와 비교하면 언뜻 봐도 상당히 비슷합니다.

쌍꺼풀이 없고 눈매가 날카롭게 찢어진 것과 턱선이 뾰족한 것도 닮았습니다.


【 질문 3 】
이춘재의 얼굴이 몽타주와 상당히 비슷한데. 그런데 왜 못 잡았을까요?

【 기자 】
네 몽타주와 사진은 모두 날카로운 모습인데요, 평소에는 아주 착한 척, 선한 척하면서 의심을 피했던 것 같습니다.

이웃 주민의 말 들어보시죠.

▶ 인터뷰 : 화성 마을 주민
- "마음도 좋고 뭐든지 어른들에게 그냥 깍듯이…. 참 좋아요. 얘가 마음이 착해. 자기 어머니, 아버지도 착하고…."

이춘재를 조사했던 한 경찰도 실제로 보면 순해 보인다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 범인의 몽타주와 실제 이춘재를 동일시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 질문 4 】
실제로 이춘재는 불리하다 싶으면 상당히 불쌍한 모습을 보였다면서요?

【 기자 】
네, 이춘재는 7차 사건과 9차 사건 사이인 1989년 9월 26일 새벽 1시쯤 흉기와 면장갑을 챙겨 수원시 권선구의 한 주택에 침입했습니다.

이 일로 강도예비 혐의 등으로 재판으로 받았는데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런데 2심에서는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는데요.

이때 이춘재가 주장했던 것이 자신의 가정형편이 딱하다는 점을 들어 형이 너무 무겁다고 했고 이게 받아들여진 겁니다.

이춘재는 이렇게 불리할 땐 불쌍한 척을 했는데, 이게 주변 사람들이라 경찰이나, 심지어 재판부의 판사까지 통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 질문 5 】
실제로도 여자들에게 강했는지 모르지만, 남자들에겐 약한 모습을 보였다면서요.


【 기자 】

네 약한 여자들에겐 잔인하게 범행을 저질렀지만, 일반 남자에게 제대로 대항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언급한 수원 강도 사건 때 이춘재는 흉기를 들고 집에 침입해 방문 앞에서 방 안의 동정을 살피다 집주인에게 제압을 당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춘재는 또 이 사건 항소심에서 "모르는 청년한테 구타당한 후 그를 쫓다가 피해자 집에 들어가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는데요.

믿을 수 있는 말인지 모르겠지만, 이때도 어떤 남자에게 맞았다면 제대로 대항을 못할 정도로 약했다는 얘기가 됩니다.

또 교도소에서 모범수로 생활한 것도 그곳엔 강자들이 많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조용히 지낼 수 밖에 없었던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옵니다.


【 질문 6 】
경찰이 이춘재를 몇 차례 조사하고도 못 잡았다면서요?

【 기자 】
네 세번이나 조사를 하고도 풀어줬습니다.

7차 사건과 9차 사건, 그리고 10차 사건이 발생한 뒤 경찰 용의선상에 올랐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런데 알고 있던 혈액형이나 발크기 등이 맞지 않았고 이춘재의 알리바이를 깨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과학수사기법이 발달하지 못했던 점이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조금 더 집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화성연쇄살인 사건 중 모방범죄를 뺀 9건 중 6건이 이춘재의 집 반경 3km 이내에서 벌어졌거든요.

주민의 말 들어보시죠.

▶ 인터뷰 : 화성 마을 주민
- ""(경찰이) 대처를 잘 못해서 그런 거잖아요. 더 파헤쳐냈으면 확실하게 잡을 수 있었던 건데 그런 아쉬움이….""


【 질문 7 】
이제까지 알려진 버스 운전사와 안내양 등 목격자 외에 또 다른 목격자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고요?


【 기자 】
네 그동안 화성사건 목격자는 7차 사건 당시 용의자와 마주쳐 몽타주 작성에 참여했던 버스 기사와 버스 안내양, 9차 사건 당시 피해자인 김 모(14) 양과 대화는 20대 남성을 본 당시 40대 전 모 씨 등 3명입니다.

그런데 최근 경찰이 4차 사건 때 목격자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1990년 12월 14일 자 언론 기사를 확인한 건데요.

거기엔 경찰 수사를 종합해 범인을 묘사한 부분이 나오는데, 그중에 하나가 '호리호리한 체격에 턱이 다소 뾰족한 형'이라고 해놓고 괄호하고 '4차 범행 시 목격자 진술'이라고 적혀 있었던 겁니다.

4차 사건 때도 범인을 본 목격자가 있었다는 얘기인데, 경찰은 이 기사를 토대로 목격자 파악에 나섰습니다.


【 질문 8 】
DNA 분석이 용의자를 찾는데 결정적이 역할을 했는데 이것도 못하게 될 수 있다면서요?

【 기자 】
네, 조두순 성폭력 사건 직후인 2010년부터 강력범죄자의 DNA를 채취해 보관하도록 하는 법이 발효됐는데요.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이 DNA법이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채취 당하는 사람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오남용 우려가 크다는 게 이유입니다.

개정 시한은 올해 말인데요, 그 전에 DNA법을 보완하는 방안이나 개정안을 만들지 못하면 DNA 수사 자체가 불가능해집니다.


【 앵커멘트 】
네 빨리 대체 방안을 찾았으면 좋겠네요.
화성연쇄살인 사건이 일어났을 당시 지금처럼 CCTV가 많았다면 범인을 금방 잡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과학기술이 발달할수록 사생활침해와 인권문제가 동면의 양면처럼 따라붙지만, 한편으론 우리의 안전을 지켜주는 역할을 부인할 순 없을 듯합니다.

지금까지 박호근 기자였습니다.

영상편집 : 한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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