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2100 반등주역` 국민연금, 실탄 6조 더 남았다
입력 2019-09-25 17:31  | 수정 2019-09-25 19:47
연기금이 코스피를 사들이고 있다. 각종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우리 증시를 덮쳤던 지난달 2조4900억원어치를 매집한 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비슷한 규모로 대량 순매수를 기록했다. 연기금이 두 달 연속으로 2조원 이상을 사들이기는 올 들어 처음이다. 외국인과 개인이 최근 반등장에서 모두 매도 우위를 보이며 그간 지수 하락으로 물렸던 물량을 떨어내는 모습과 대조적이다. 지난달 말 코스피가 1900대 초반에서 바닥을 다지고 상승한 데는 연기금의 '나 홀로 대량 매수'가 핵심 요소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연기금의 매수세는 앞으로도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국내 연기금 가운데 압도적으로 덩치가 큰 국민연금이 올해 말까지 국내주식에 6조4000억원가량 더 투자할 여력이 남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연기금이 올 들어 가격이 급등한 채권 비중을 줄이고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주식을 더 담는 쪽으로 자산배분 전략을 수정할 가능성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보탠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달 26일부터 이날까지 8% 넘게 상승했다. 이 기간 외국인과 개인은 각각 1조3100억원, 2조600억원어치를 팔았다. 국민연금·우정사업본부 등이 포함된 연기금은 홀로 2조8500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이며 상승장 동아줄 역할을 했다. 이날 지수가 예기치 못했던 대외 악재로 최근 13거래일 연속 오름세를 깨고 하락 반전했지만 연기금은 순매수를 이어갔다. 연기금은 이날도 약 20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3600억원 순매도, 개인 투자자는 2200억원 순매수했다.
미국 야권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안을 논의하고 있다는 소식에 대외 불확실성이 불거지며 세계 각국 지수가 일제히 하락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32% 떨어진 2073.39로 마감했다. 코스닥은 헬릭스미스가 전날에 이어 하한가를 지속한 여파로 2.35% 하락한 626.76으로 장을 마쳤다.

연기금이 최근 두 달 동안 코스피에서 5조원 가까이 순매수하며 지원군 역할을 한 데 대해선 이견이 없다. 투자자들 관심은 앞으로도 이같이 통 큰 순매수 기조가 이어질 수 있느냐다.
증권가에서는 연기금의 국내주식 추가 매수 여력이 아직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매수 강도가 강했던 만큼 추가 매수에는 속도 조절에 나설 수 있겠지만 자금 여력 부족으로 매수를 중단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국민연금이 연말까지 보유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적립금 규모와 국내주식 투자 비중을 통해 추가 투자 여력을 추산한 결과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국민연금은 국내주식에 120조3000억원을 투자하고 있다. 전체 기금 적립금의 17.3%에 해당한다. 기금운용본부가 지난 5월 공개한 기금운용계획안을 바탕으로 추산했을 때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투자분은 연말 기준 131조4000억원까지 확대될 수 있다. 연말 예상 적립금 규모인 730조2000억원에 국내주식 목표 투자 비중인 18%를 적용한 수치다. 6월부터 연말까지 국내 증시에 11조1000억원가량 투자할 수 있는 셈이다.
지난 7월부터 이날까지 연기금이 코스피에서 매수한 금액이 4조7000억원이다. 이것이 모두 국민연금 매수분이라고 가정하면 연말까지 국민연금은 국내주식에 최소 6조4000억원가량 추가 투자를 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홍혜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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