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강경화 외교부 장관-김현종 청와대 NSC 2차장 `맞짱` 2라운드?
입력 2019-09-20 11:00  | 수정 2019-09-20 11:03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김현종 청와대 NSC 2차장의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지난 4월 중앙아시아 방문시 영어로 언쟁을 벌인 것이 1라운드라면 18~19일 김 차장의 SNS는 2라운드 격이다.
'영어 설전' 사실이 공개되자 김 차장은 일단 18일 자신의 트위터에 "제 덕이 부족했던 것 같다. 앞으로 제 자신을 낮추고 열심히 하겠다"고 자세를 낮췄다. 하지만 곧바로 19일 트위터에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과 조찬을 한 사진을 공개하고 "한미동맹, 동북아 지역 전략에 대해 여러 얘기를 했다"고 썼다.
NSC 2차장이 주한미군사령관과 조찬을 한 것이 특별하지는 않다. 하지만 차관급인 김 차장이 주한미국대사보다 서열이 낮은 주한미군사령관을 단독으로 만난 점, 평소에 트위터를 잘 하지 않던 김 차장이 자신의 행보를 알린 점 등은 이례적이다.
더구나 20일 강 장관의 오산 미공군기지, 평택미군기지 방문 및 에이브럼스 사령관 접견을 하루 앞두고 김 차장이 에이브럼스 사령관 조찬 사실을 공개한 것은 '은근한 디스'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강 장관의 주한미군사령관 만남 '김빼기', 그리고 사진촬영 외에 특별한 내용이 없는 강 장관의 형식적 만남에 앞서 '한미동맹, 동북아 지역 전략을 논의'했다는 자신의 행보를 대비시켜 자존심을 세웠다는 평가다.

강 장관은 정부의 외교활동을 총괄하는 외교 수장이다. 김 차장은 청와대에서 외교안보 전략을 짜는 '브레인'이지만 차관급이다. 또 강 장관은 과거 유엔 활동 경력이 있지만 김 차장은 현재 장관급에 해당하는 통상교섭본부장 출신이다. 외교부 내에는 강 장관이 임명한 사람들도 있지만 김 차장을 따르는 라인들도 적지 않다. 이같은 복잡하고 미묘한 두 사람의 관계 때문에 강 장관과 김 차장의 갈등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김 차장이 외교부 장관직을 희망했다는 사실도 갈등 요소다. 강 장관 총선 출마설이 돌면서 후임으로 김 차장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강 장관이 출마할 의사가 없고 장관직을 계속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김 차장은 외교부 장관이 아닌 국가안보실장으로 청와대 내에서 승진할 것이라는 설이 흘러나왔다.
강 장관은 지난 1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지난 4월에 김 차장과 다툰 적이 있다는데 사실이냐'는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문에 "부인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지난 4월 문재인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 당시 김 차장이 외교부 직원들에게 업무지시를 하자 강 장관이 "내 직원한테 소리치지 말라"고 화를 냈고, 김 차장이 "Its my style"이라고 맞받아치면서 영어로 설전이 시작됐다.
지난 7월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가 방한하자 김 차장은 강 장관을 제치고 외교부 청사에서 스틸웰 차관보를 만났다. 장소는 자신이 통상교섭본부장을 하던 시절에 썼던 9층 집무실이었다.
[이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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