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풍선효과` 부른 규제…`신축·서울·청약` 쏠림 더 심해져
입력 2019-09-19 17:53  | 수정 2019-09-19 20:58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 계획 발표 이후 신규 공급이 위축될 것으로 우려되면서 서울 강북의 일부 새 아파트 가격은 강남의 재건축 예정 단지 가격에 육박하고 있다. 한강을 사이에 두고 사진 아래쪽은 강북의 새 아파트 단지, 위쪽은 강남의 재건축 예정 단지의 모습. [매경DB]
◆ 분양가상한제의 역설 ◆
최근 들어 또다시 서울 집값이 상승하는 현상은 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예고에 따른 '규제의 역설'이란 분석이다. 2017년 문재인정부 출범 후 8·2 부동산 대책을 시작으로 2년간 그야말로 십수 번의 규제를 쏟아냈으나 그때마다 의도와는 정반대 결과를 초래한 연속선상에 있다는 것이다.
이번 상한제 예고 역시 지난 2년간의 데자뷔처럼 똑같이 반복했다. 한 대학교수는 "정부가 무리하게 상한제 예고를 하는 순간부터 정부만 몰랐지 다른 시장참여자 모두가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시장에 반하는 규제를 내놓을 때마다 집값이 올랐기 때문에 이번도 마찬가지였다는 뜻이다. 결국 실제로 강남권 및 마포·용산·성동 등 서울 핵심지 집값을 신축 아파트 중심으로 끌어올리는 한편, 전 국민이 '로또 아파트' 청약만을 바라보게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2년간 내놓은 정책들이 오히려 서울과 수도권 핵심지 집값과 전셋값의 동반 상승을 낳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작년 '규제 끝판왕'으로 불리는 9·13 부동산 대책이 발표됐지만, 그 효과는 9개월 정도밖에 가지 않았다.
정책 발표 후 11월부터 내리막을 걸었던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봄부터 회복 조짐을 보이더니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예고가 있었던 7월부터는 계속 상승 중이다. 7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09% 상승했는데, 8월엔 상승폭이 2배인 0.18%로 커졌다. 9월에도 3주간 0.13% 올라갔다.
지난해 말 이후 거래가 묶이며 극소수의 거래로 집값이 오르내리던 것과 달리 거래량도 많아졌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주택 매매거래량은 1만3514건으로 한 달 전(1만2256건)보다 10.3% 늘었다. 작년 8월(1만3577건)과 비교해도 크게 차이가 없다. 지난해 8월이면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개편 방안 윤곽이 나오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여의도·용산 통개발 발언이 나오면서 서울 주택 거래가 급증하기 시작할 때다. 지난해 9월 1만9228건까지 늘었다가 9·13 대책 효과가 나타나며 그해 11월부터 1만건 아래로 급감해 올 2월 4552건까지 떨어졌던 서울 주택 매매거래량은 이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며 7월(1만2256건)에 1만건을 회복했다.
문제는 거래량에서도 강남4구 쏠림현상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강남4구의 지난달 주택 매매거래량은 3151건으로 한 달 전(2655건)에 비해 18.7% 늘었다. 지난해 8월(1908건)보다는 무려 65.1% 급증했다.
청약시장에서조차도 9·13 부동산 대책 발표 후 강남권 쏠림현상이 심하다. 리얼투데이가 금융결제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9·13 대책 후 1년간 강남3구의 평균 1순위 청약경쟁률은 42.5대1이었다. 9·13 대책 발표 전 1년간 강남권 평균 경쟁률 29.2대1보다도 2배 가까이 높아졌을 뿐 아니라, 같은 기간 비강남권 19.1대1, 서울 전체 23.9대1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총 청약자 수도 9·13 대책 후 1년 동안 강남권은 7만2252명으로 9·13 대책 1년 전보다 7%(6만7717명→7만2252명) 증가한 반면, 비강남권의 경우 15%(14만6346명→12만3881명)나 감소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민간 분양가상한제 등 정부 규제가 나올수록 서울 강남 등으로 수요가 더 쏠리고 있다"며 "인기 지역과 비인기 지역 사이 격차가 더 커진다는 불안감에 '갈아타기' 현상이 심해지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정부가 '투기'로 몰아세웠던 강남권 재건축 가격은 일부 조정되고 있지만, 신축 아파트 가격은 폭등 수준으로 올라가 서울 전반적으로는 상승세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재건축인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전용 82㎡ 시세는 8월 들어 2000만원가량 빠졌다. 반면 같은 동네의 입주 11년 차 '잠실엘스' 전용 84㎡ 시세는 8월 이후 5000만원 올랐다. 같은 동네 재건축과 구축을 비교하면, 하락보다 상승이 훨씬 가파른 것이다. 실거래가로 봐도 잠실엘스 전용 84㎡는 지난달 19억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경신했는데, 이는 항상 가격이 더 높았던 잠실주공5단지의 시세를 위협 중이다.

'청약광풍'이라고 할 만큼 청약시장이 과열되고 있는 것도 분양가상한제 정책의 부작용으로 꼽힌다.
정부가 만든 '로또 아파트'로 인해 기존 집을 사려는 수요마저 청약에만 올인하는 형국이다. 특히 분양가상한제가 실시되면 줄어들 공급에 대비해 얼마 안 남은 '밀어내기 청약'엔 수요가 한층 더 몰리고 있다.
실제로 상한제 발표 후 첫 서울 분양단지였던 '이수 푸르지오 더 프레티움'의 1순위 평균 청약경쟁률은 203대1에 달했다. 그동안 서울에 밀려 잠잠하던 곳도 풍선효과로 들끓고 있다.
'미분양 무덤'으로까지 불렸던 인천 연수구 송도 일대엔 최근 3개 단지 11만명의 청약자가 몰려 '송도 더샵 센트럴파크3'은 평균 경쟁률 206대1을 기록했다. 이 같은 청약광풍에 잠잠하던 송도(연수구) 집값은 9월 첫 주를 기점으로 플러스로 전환했고, 3주 동안 0.51% 올랐다.
[박인혜 기자 / 손동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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