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비교불가` 신형 모하비 타보니…`겉은 탄탄, 속은 자상`
입력 2019-09-06 09:44  | 수정 2019-09-06 11:49
[사진제공=기아차]

건설현장에서는 신축보다 기존 건물을 개조하는 리모델링이 더 어렵다고 말한다. 건축비용은 40% 가량 저렴하지만 내력벽이나 내력기둥을 놔둬야 하기에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신축보다 설계나 공간 배치가 더 어렵기 때문이다.
자동차에서도 완전변경(풀체인지)보다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이 더 어려울 때가 많다. 기존 플랫폼과 엔진을 가지고 새차 느낌이 나도록 개선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부분의 부분변경 모델은 디자인을 일부 바꾸거나 안전·편의사양을 좀 더 추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수술'이 아니라 라디에이터 그릴·램프 등 눈에 잘 띄는 부위만 살짝 터치하는 '시술'에 그쳐 상품성 개선모델에도 미치지 못한 부분변경 모델도 많다.
반면 부분변경이지만 완전변경에 맞먹는 수준으로 진화한 모델도 간혹 있다. 기아차가 5일부터 본격 판매에 돌입한 모하비 더 마스터가 그렇다.
모하비는 현대자동차그룹(현대차·기아차) SUV 중 유일하게 '뼈대 있는' 프레임 타입을 적용한 정통 SUV다.

프레임 타입은 사람의 골격에 해당하는 섀시(바디)를 중심으로 엔진, 변속기, 차축 등을 장착한다. 튼튼하고 변형이 잘 안되며 사고가 나도 고장난 부위만 교체해주면 돼 정통 오프로더에 주로 사용된다.
최근 출시되는 SUV 상당수가 선택하는 모노코크 타입은 프레임과 차체가 하나로 이뤄진 비행기 구조에서 가져왔다. 차체 지붕, 옆판, 바닥 모두가 일체형이다.
프레임 바디가 뼈대 있는 척추동물에 해당한다면 모노코크 타입은 게처럼 무척추동물인 갑각류라 볼 수 있다.
모하비는 지난 2008년 첫 선을 보인 뒤 2016년 1차 부분변경을 거쳤다. 1차 부분변경 때는 사실상 '시술' 수준이었다.
3년 만에 출시된 모하비 더 마스터는 첫 모델이 출시된 지 11년이 지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완전변경 모델에 해당한다. 기아차는 그러나 기존 뼈대와 엔진을 사용했기에 부분변경 모델로 규정했다.
판매가격(개별소비세 3.5% 기준)은 3.0 디젤 모델 플래티넘이 4700만원부터, 3.0 디젤 모델 마스터즈가 5160만부터다.
전장x전폭x전고는 4930x1920x1790mm로 기존 모하비(4930x1915x1810mm)와 비교하면 전장은 같고 전폭은 5mm 넓어지고 전고는 20mm 낮아졌다. 실내공간을 결정하는 휠베이스는 2895mm로 동일하다.
현대차 팰리세이드(4980x1975x1750mm, 2900mm)보다 전장은 50mm 짧고 전폭은 55mm 좁고 전고는 40mm 높다. 휠베이스는 5mm 차이에 불과하다.
기존 모하비와 동일한 V6 3.0 디젤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해 힘도 같다. 최고출력은 260마력, 최대토크는 57.1kg.m다. 연비는 9.4km/ℓ로 기존 모하비(9.6km/ℓ)와 비슷하다.
크기와 힘은 사실상 같지만 디자인은 완전히 달라졌다. 부분변경 모델 디자인을 설명할 때는 기존 모델에서 달리진 곳을 밝히지만 다른 차종이라 불러도 될 수준으로 디자인이 다르기 때문이다. 굳이 같은 점을 찾으면 '모하비 엠블럼' 정도다.
[사진제공=기아차]
사람의 눈·코·입에 해당해 차체 전면부 이미지를 결정하는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그릴은 경계 구분 없이 하나로 연결됐다. 보닛을 유자(U)형태로 선 굵게 둘러싸 공격성도 드러낸다. 풀 LED 헤드램프와 버티컬 큐브 DRL(주간주행등)을 수직 구조로 배치해 웅장함과 무게감도 강조했다.
후면부는 전면부와 통일성을 유지했다. 수직 구조 버티컬 큐브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를 굵은 선으로 연결해 당당함과 안정감을 추구했다. 그 중앙에는 'MOHAVE'를 새겨 넣어 기아차 플래그십 SUV의 존재감을 강조했다.
실내는 플래그십 세단이라 불러도 될 정도로 품격을 추구했다. 센터페시아에서 도어까지 고급스러운 우드 그레인 장식이 길게 이어졌다. 와이드한 디자인으로 실내를 더 넓게 보이도록 만든다. 퀼팅 나파가죽 시트와 렉시콘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도 플래그십 SUV 이미지에 어울린다.
다양한 정보를 시원하게 보여주는 12.3인치 대형 클러스터·내비게이션, 간결하고 모던한 이미지의 버튼을 적용한 센터페시아, 3D 패턴 무드 램프로 감성 가치도 높였다.
뒷좌석은 넓다. 5인승의 경우 3명이 편하게 앉을 수 있다. 평소 1~4명이 타고, 간혹 5~6명이 탄다면 뒷좌석 2열 중앙에 통로를 만들어 2명이 앉도록 만든 6인승 모델이 낫다. 2열을 좀 더 편안하게 만들고 공간도 더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어서다.
조수석 시트 좌측에는 뒷좌석에서 앞으로 밀 수 있는 시트 조절 버튼이 부착됐다. 쇼퍼드리븐(운전사가 따로 있고 오너는 뒤에 앉는 차)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운전석에 앉으면 앞쪽과 옆쪽 시야가 넓어 안정감을 준다. 나파 가죽 시트는 감촉이 우수하고 몸을 편안히 받쳐준다.
앞 유리에 내비게이션 정보를 보여주는 헤드업 디스플레이(HUD)의 화질은 선명하다. 시동 버튼은 스티어링휠에 가려져 처음 찾을 때는 고개를 기울여야 한다. 직관적으로 찾을 수 있도록 운전자 시야에 잘 보이는 곳에 배치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사진제공=기아차]
시승은 인천~양주를 고속도로와 국도를 통해 왕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스티어링휠 무게감은 적당했다. 드라이브 모드는 컴포트, 에코, 스포츠로 구성됐다. 컴포트 모드로 시속 50~100km 정도로 달릴 때는 가솔린 세단으로 여길 정도로 안락하고 편했다. 소음·진동도 프리미엄 세단에 버금가게 잘 억제했다.
고속 구간에서 스포츠 모드로 바꾸고 가속페달을 밟으면 중저음의 디젤 엔진 소리가 묵직하게 들리면서 무게감 있게 속도를 높였다. 엔진 사운드와 스피커에서 출력되는 사운드를 합성해주는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 기능은 중후하면서 힘 있는 엔진음을 연출해줬다.
시승 도중 폭우가 쏟아졌지만 네 바퀴로 도로를 움켜쥐듯 달리는 4륜구동이어서 수막현상이 발생하는 폭우 속에서도 안정감을 제공했다. 과속방지턱 충격도 깔끔하게 흡수했다.
견고한 프레임 바디는 안정적인 자세에 한몫했다. 프리미엄 세단에 주로 적용하는 더블위시본/멀티링크 타입 서스펜션은 고급스러운 승차감과 다이내믹한 주행성능을 지원했다.
또 엔진과 연결된 벨트로 유압펌프를 구동하는 유압식 파워스티어링을 채택한 기존 모하비와 달리 고급형 R타입 MDPS(랙 구동형 전동식 파워스티어링)를 채택, 조향성능이 정교해지고 민첩해졌다. MDPS 적용으로 스티어링휠에 첨단 주행보조 시스템도 장착할 수 있게 됐다.
모하비 더 마스터는 기존 모하비와 달리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도 대거 갖췄다. 전방 충돌방지 보조(FCA), 차로 유지 보조(LFA), 차로 이탈방지 보조(LKA), 후방 교차 충돌방지 보조(RCCA), 후측방 충돌 방지 보조(BCA), 운전자 주의 경고(DAW), 하이빔 보조(HBA) 등을 전 트림에 기본 적용했다.
반 자율주행 성능은 우수했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버튼을 누르면 비가 내리는 상황에서도 차선을 이탈하지 않고 앞 차와 간격을 유지하면서 달렸다.
탑승자 건강을 챙겨주는 배려 시스템인 외부공기 유입 방지 제어는 터널에 진입하기 전 운전자의 지시 없이도 내려진 창문을 자동으로 닫고 공조시스템을 내기 순환 모드로 전환했다.
모하비 더 마스터는 부분변경 모델이지만 기존과는 비교하는 게 의미가 없는 수준으로 달려졌다. 시술과 간단한 수술을 넘어 대대적인 수술을 감행, '비교불가'다.
딱딱한 승차감과 거친 몸놀림이 연상되는 남성적인 겉모습과 달리 속은 부드러운 외강내유 SUV다. 식감으로 표현한다면 '겉은 바삭, 속은 촉촉'이다.
[디지털뉴스국 최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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