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9월 4일 뉴스초점-넘치는 '문패만 위원회'
입력 2019-09-04 20:09  | 수정 2019-09-04 20:42
'지붕 위에 또 지붕을 얹는다.' 일을 불필요하게 이중 삼중으로 하는 걸 '옥상옥'이라 하죠. 정부의 각종 위원회들 상황이 딱 이렇습니다.

국회 제출 자료에 따르면, 정부의 각종 위원회는 모두 574개나 됩니다. 지난 정부에서도 534개나 됐는데, 슬금슬금 또 늘었죠. 정책을 결정하는데 여론 수렴을 거쳤다는 명분이 필요했던 건지 '민관협치'라며 정부 부처들이 경쟁적으로 만든 겁니다.

위원회들은 생산적인 논의를 했을까요. 그렇지 않은 곳이 더 많았습니다. 위원회는 회의를 통해 뭔가 창의적인, 창조적인 방향이나 결과물을 만들어야 하는데…. 1년 동안 회의를 세 번도 열지 않은 위원회가 절반 이상. 한 번도 회의를 하지 않은 곳도 73군데나 됐거든요.

그냥 일 안 한 거죠. 그러면서 돈은 돈대로 다 타갔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한 '심의위원회'는 단 한 차례 회의도 없이 1억 8,100만 원의 회의 예산을 썼습니다. 농림수산식품부 소속의 어떤 '심판위원회'도 회의 한 번 안 하고도 회의비로 1천만 원을 썼죠. 장관급 인사들이 포진한 '삶의 질 위원회'는 지난 2014년 이후 대면회의 한 번 없이 11억 원을 썼습니다.

위원회가 이렇게 엉망인데 운영이 제대로 되겠습니까. 그런데도 불필요한 위원회를 구조조정하긴커녕 정부가 오히려 부처별 위원회가 더 필요하다며 앞으로 늘어날 위원회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예고까지 하고 있습니다. 있는 위원회만 잘 살펴봐도 겹치는 게 분명 나올 텐데 손질해도 모자랄 판에 또 만들겠다니….

중앙부처가 해야할 일을 비슷비슷한 위원회 만들어서 다 시킬 거면 중앙부처가 왜 필요할까요. 그래도 위원회가 꼭 필요하다면, 헛일하고 세금 쓰지 않도록 제도적인 장치도 함께 만들어야 합니다. 회의 몇 번 했다고 1억씩 주는 운영 수준으로는 아무것도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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