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해외 부동산펀드 부실투자 경고음
입력 2019-09-04 17:57  | 수정 2019-09-04 20:18
KB증권이 판매한 해외 부동산 사모펀드가 현지 투자자의 대출 약정 위반으로 긴급 자금 회수에 들어갔다. 투자금의 38%인 1249억원은 아직 회수를 하지 못한 상태여서 해당 펀드 투자자들의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안정적 수익을 거둘 것으로 기대되며 최근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해외 부동산 펀드도 예상외의 리스크가 불거질 수 있다는 경고음으로 해석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이 판매하고 JB자산운용이 운용한 'JB호주NDIS펀드'는 호주 현지사업자 LBA캐피털이 당초 대출 약정과 다르게 사업을 운영한 것이 최근 드러났다. 호주 현지사업자가 호주 정부의 장애인주택임대사업과 관련해 진행하는 사업에 대출 형식으로 JB자산운용이 투자했는데 LBA캐피털은 매입 대상 아파트가 아닌 다른 토지를 매입했다.
KB증권 측은 "호주 부동산 시장 가격이 오르며 당초 매입하기로 약정한 아파트 가격도 상승하자 LBA캐피털이 사업수지 악화를 우려해 다른 토지를 매입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계약서상 대상 자산 매입이 아닌 다른 자산 매입은 대출계약서 위반에 해당해 JB자산운용이 회수 절차를 진행하게 됐다.

올해 3월부터 KB증권을 통해 판매된 이 펀드에는 기관투자가가 2360억원, 법인 및 개인이 904억원을 투자했다. 펀드 만기는 2년이었다. KB증권과 JB자산운용은 현지 실사 후 제안 내용과 다른 운용사실을 인지한 뒤 현금자산을 즉시 동결해 투자자금 3264억원 중 2015억원은 회수해 국내에 이체 완료했다. 나머지 중 882억원에 대해서는 LBA캐피털의 현금성 자산, 토지, 신탁에 대해서 자산 동결을 했지만 유동화에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KB증권 측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최대한 이른 시일 내 동결 자산을 유동화해 현금으로 회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독일 국채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S·DLF)의 막대한 손실로 불거진 사모펀드에 대한 불신이 이번 건을 계기로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부동산 만기 시 해당 물건을 제값에 팔지 못해 자금 엑시트(exit) 과정에서 손실이 나는 경우는 있었는데, 이번 건에서는 현지 투자자 관리까지 부실하게 이뤄졌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제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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