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美 대사, 트위터로 `멕시코의 아이콘` 프리다 칼로의 사상 문제삼아 구설수
입력 2019-09-04 11:42  | 수정 2019-09-04 12:12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 코요아칸에 있는 프리다 칼로 박물관 `카사 아술`. [사진 제공 = 김인오 기자]

크리스토퍼 랜도 주 멕시코 미국 대사의 프리다 칼로 박물관 후기. [사진 제공 = 트위터]
지난달 12일 멕시코에 부임한 크리스토퍼 랜도 미국 대사가 '멕시코의 아이콘' 프리다 칼로를 비난하는 듯한 발언으로 논란을 사며 시민들 앞에 본격 데뷔했다. 지난 1일(현지시간) 랜도 대사는 트위터에 멕시코 수도 멕시코 시티 코요아칸 소재 프리다 칼로 박물관 '카사 아술(Casa Azul)' 방문 후기를 남겼는데 프리다 칼로의 공산주의 지지 이력을 들먹이면서 눈길을 끌었다.
이날 그는 자신의 트위터 후기에서 셀카와 함께 스페인어로 "프리다가 가진 자유로운 보헤미안 정신을 존경한다. 그녀가 멕시코 뿐 아니라 전세계의 아이콘이 될 만하다"라고 썼다. 그런데 이어서 한 말이 논란을 샀다. 랜도 대사는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게 있다. 그건 마르크스와 레닌·스탈린주의에 대한 그녀의 명백한 열정이다"라면서 "그런 이데올로기의 이름 하에 이뤄진 무서운 일들을 프리다가 몰랐을까?"라고 적었다.
랜도 대사의 트위터 후기는 2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며 빠르게 반향을 일으켰다. 프리다 칼로 뮤지엄 방문 후기 트윗을 하기 전에 4만 명 정도이던 랜도 대사의 트위터 팔로워 수는 방문 후기를 쓴 이후 7만8000명으로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고 로이터 통신이 3일 전했다.
미국의 내정간섭 역사에 반감이 큰 멕시코이다 보니 시민들은 "그런 이데올로기와 싸운다는 미명 하에 미국이 중남미 독재를 지지한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이들은 "미국과 스페인 침략의 기록이 담긴 멕시코 전쟁박물관에도 가보길 바란다"고 비꼬았다. 또 다른 멕시코 사진작가 산타아고 아라우씨는 "당신의 대통령은 우리 국경에 벽을 쌓고 싶어한다"면서 미국의 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다.
스탈린에게서 추방당해 멕시코로 망명온 트로츠키(오른쪽 두번째)와 멕시코의 아이콘 프리다 칼로(오른쪽 세번째), 그리고 트로츠키의 아내 나칼리아 세도바(맨 왼쪽).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프리다 칼로는 멕시코 민중 벽화 화가로 전세계적 이름을 날린 남편 디에고 리베라 (Diego Rivera)와의 극적인 사랑과 자신의 절망적인 육체적 고통을 녹여낸 그림으로 유명한 여성 화가다. 구 소련 혁명시절 멕시코에서 태어난 프리다는 공산주의를 지지했고 양성애적인 행보를 보이는 등 파격적인 행보로도 세간의 관심을 샀다.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 코요아칸에 있는 트로츠키 박물관. 왼쪽부터 트로츠키, 나탈리아, 디에고 리베라(사진 맨 아래). [사진 제공 = 김인오 기자]
프리다는 '배반당한 혁명가' 레온 트로츠키와의 로맨스 설도 유명하다. 트로츠키는 블라디미르 레닌 사망이후 권력 암투 끝에 스탈린에 의해 소련에서 추방당했는데, 프리다의 남편 디에고 리베라의 도움으로 1937년 멕시코로 망명해왔다. 당시 카사 아술에 잠시 기거했던 트로츠키와 프리다가 짧은 연애를 했다는 소문이 있었고, 이후 트로츠키는 프리다 칼로의 집 카사 아술에서 몇 블럭 떨어진 곳으로 이사했다가 스탈린이 보낸 스페인 자객에게 살해 당했다.
당시에는 트로츠키를 지지하다가 스탈린 쪽으로 돌아선 프리다 칼로가 트로츠키 살해 용의자로 지목돼 붙잡혔다가 풀려났었다. 일각에서는 트로츠키의 죽음이 1939년 이혼했던 프리다와 리베라의 재혼을 가능하게했다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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