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진술신빙성에 달린 안희정 운명…엇갈린 1·2심, 9일 대법 선고
입력 2019-09-04 07:45  | 수정 2019-09-11 08:05

지위를 이용해 여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2심에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상고심 판결이 오는 9일 선고됩니다.

안 전 지사에게 적용된 10개 혐의 중 9개에 대한 피해자 김지은 씨 진술의 신빙성을 두고 1·2심 재판부가 전혀 다른 결론을 내린 만큼, 대법원도 이 부분을 핵심 쟁점으로 판단해 면밀히 살펴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오늘(4일) 법조계에 따르면 안 전 지사의 혐의는 세 차례의 '피감독자 간음'과 한 차례의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여섯 차례의 '일반 강제추행'으로 나뉩니다.

피감독자 간음 혐의에 대해선 1심 재판부는 "유일한 증거라 할 수 있는 피해자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려운 정황이 다수 엿보인다"며 무죄라고 판단했습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김씨의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되고 안 전 지사의 사회적 지위나 권세 자체가 비서 신분인 김씨에겐 충분한 '무형적 위력'이었다"며 유죄를 인정했습니다.

도지사 관용차 안에서 김 씨의 신체를 강제로 만졌다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혐의도 1심은 "김 씨 진술을 믿기 어렵고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도 없었다"며 무죄를 인정했지만, 2심은 "김 씨의 진술에는 신빙성이 있고 안 전 지사의 진술에는 신빙성이 없다"며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강제추행 혐의도 마찬가지입니다. 1심은 김 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봤지만, 2심은 한 차례 강제추행 혐의만 제외하고는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도지사 집무실에서 김 씨의 신체를 만지고 강제로 껴안았다는 혐의에 대해선 2심도 "추행의 구체적 시기나 장소, 방법, 피해에 대해 구체적이고 일관된 피해자 진술이 없다"며 무죄를 인정했습니다.

1·2심 재판부 모두 성문제 관련 소송을 다루는 법원은 양성평등의 시각으로 사안을 보는 감수성을 잃지 말고 심리해야 한다는 이른바 '성인지 감수성' 원칙에 입각해 김 씨 진술의 신빙성 여부를 판단했다는 점도 주목됩니다.

1심은 "진술에 다소 모순이나 비합리성이 있더라도 피해자가 처해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면서도 범행이 발생한 당일 저녁 김 씨가 안 전 지사와 단둘이 와인바에 동행한 점 등을 들어 김 씨의 진술을 믿기 힘들다고 판단했습니다.

반면 2심은 "김 씨가 범행을 폭로하거나 수행비서로서의 업무를 중단하지 않고서 그 업무를 성실히 수행했다고 해 그러한 행동이 실제로 간음 피해를 당한 피해자의 모습이라고 보기 어렵다고는 할 수 없다"며 김 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봤습니다.

두 재판부 모두 성인지 감수성을 적용해 판단을 내리는 과정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성범죄 피해자로서의 김 씨 행동을 두고는 현저한 입장 차를 보인 것입니다.

이때문에 법원 일각에서는 대법원이 안 전 지사 사건을 기초로 다소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개념인 성인지 감수성 법리를 구체적으로 정리해 제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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