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8월 29일 뉴스초점-예산은 급증하는데 '인구절벽'
입력 2019-08-29 20:07  | 수정 2019-08-29 20:39
아이를 낳지 않는 나라에 희망이 있을까요. 가임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0.98명으로 또 떨어졌습니다. 1명도 안 되는 거죠.

인류 역사상 이렇게 빠른 저출산을 겪어본 나라가 없다고 할 정도로 대한민국은 아이 낳기를 꺼리는 나라가 됐습니다. 역대 정부가 쏟아부은 나랏돈이 100조 원 이상, 내놓은 대책도 수천 가지나 되는데 결과는 세계 꼴찌라니 어떻게 된 걸까요.

국내 출산율 1위인 세종시에 비밀이 있습니다. 세종시는 중앙부처 공무원이 많이 사는 곳이죠. 공무원은 정년이 보장되고 고용이 안정돼 있습니다.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신청하면서 눈치를 볼 필요가 없죠. 유치원 10곳 가운데 9곳이 국공립이고, 유치원생 100명 중 95명이 국공립에 다닙니다. 아이를 힘들지 않게 키울 수 있는 각종 인프라가 전국 최고 수준이라면 애를 낳지 말라고 해도 낳는 거죠.

반면 출산율 꼴찌인 서울은 일자리는 많지만, 아이를 낳으면 직장을 그만둬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를 길러놓고 다시 일하려 해도 대부분 '알바' 자리 밖에 없고, 보육 인프라는 인구에 비해 열악합니다. 출산을 포기하는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죠. 불평등, 불균형을 먼저 해소해야지 단순히 애 낳으면 얼마씩 줄게, 이런 식으로는 안 된다는 걸 보여주고 있는 겁니다.

우리보다 앞서 인구감소를 겪은 나라들 역시 돈보다는 제도 정비에서 해법을 찾았습니다. 출산 여성의 재취업과 주거난 해소, 보육과 관련한 인프라를 더 많이 만들었더니 출산율도 껑충 오르더라 이거죠.

다급해진 정부가 오늘 임신 지원 서비스를 개편하겠다고 밝혔죠. 그동안 서비스 창구가 너무 여러 곳이어서 불편했다며 한 곳으로 통합하겠다고요. 이 정도로 저출산이 해결될 수 있을까요. 우리도 뭔가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할 텐데 정부의 대책을 보고 있으면 자꾸만 씁쓸해지는 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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