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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무료` 증권사의 꼼수…신용거래에 최고 10% 이자
입력 2019-08-26 17:49  | 수정 2019-08-26 19:41
개인투자자인 A씨는 최근 영업점에서 가입한 기존 주식 계좌를 해지하고 주식거래 수수료 무료 서비스에 가입했다. 비대면 계좌로 불리는 온라인 서비스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때 한국거래소나 한국예탁결제원에 지급하는 유관기관 수수료를 제외한 증권사 수수료가 없어 사실상 무료 주식거래 서비스로 주목받아 왔다. 투자자들은 주식거래 수수료가 최대 0.3% 수준에서 0.02% 이하로 줄어들어 바로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A씨는 투자 과정에서 추가 매수를 위해 신용융자를 신청하려는 순간 '속았다'는 배신감에 휩싸였다. 기존 영업점에서 가입한 계좌보다 비대면으로 가입한 계좌 신용융자 이자율이 무려 1%포인트나 높았기 때문이다.
A씨는 "거래수수료 겨우 0.몇 %포인트 수준을 아끼기 위해 새 계좌에 가입했는데 신용거래를 하다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이 됐다"며 "두어 달만 빌려도 예금이자(약 2%)의 4배가 넘는 연이율 9%를 받는 이 같은 서비스라면 증권사는 이자장사로 땅 짚고 헤엄치기를 하는 것"이라며 혀를 찼다. 금융감독원이 증권사의 무료 주식거래 서비스와 신용이자에 대해 검사에 나선 이유다.
26일 금감원에 따르면 비대면 계좌를 중심으로 논란이 되는 점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주식거래 수수료 무료 또는 최저 수수료를 표방해놓고 이 계좌에 가입한 고객을 대상으로 고리를 챙기고 있는 점이다.
실제 매일경제신문이 초대형 증권사 5곳의 신용이자율을 조사한 결과 모두 비대면 계좌를 사용하는 고객에게 영업점 가입 고객보다 높은 이자를 받고 있었다. 같은 기간 무려 3%포인트 넘게 차이가 나는 사례도 있었다.

예컨대 미래에셋대우는 일반 고객은 7일 이하 단기 6%에서 기간별로 6.3%, 6.6%, 6.9%로 상향되는 반면 비대면 고객은 하루만 빌려도 9%의 고이율을 받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1~7일 구간은 4.7%로 동일 이율이지만 기간이 늘어나면 이자율 차이가 1.75%포인트까지 벌어졌다. KB증권은 7일 이내에서 무려 3.2%포인트나 차이가 났다.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도 단기 부분에서는 격차가 작았지만 장기로 갈수록 1%포인트 이상 차이가 났다.
금감원 관계자는 "비대면 가입 고객에게 높은 신용 장사를 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며 "비대면 서비스에 가입한 고객의 신용등급이 낮다거나 대출을 갚지 못할 더 큰 리스크가 없다면 불공정한 서비스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는 경쟁이 심화되는 과정에서 생긴 경영 전략의 일환이라고 주장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민간 기업에서 고객을 유치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서비스하는 것을 두고 당국이 왜 검사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수년 전부터 수수료 인하 경쟁이 지속적으로 치열해졌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며 이자율을 공시하고 있기 때문에 불완전 판매 문제도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 등 유관기관에 내는 수수료가 증권사별로 차이 나는 것도 점검 대상이다. 증권사들은 주식거래 수수료가 무료라고 표방하고 있지만 유관기관 수수료를 받고 있다.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봤을 때 공공기관 서비스비용을 제외하고 민간 증권사가 개별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면 수수료는 모두 같아야 정상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유관기관 수수료만 있을 뿐이라지만 실제 증권사별로 수수료율은 미세하게 다르다"며 "기관들이 증권사별로 받는 수수료가 조금씩 다른데 이 부분이 어떻게 다르게 형성됐는지도 들여다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최근 주가가 폭락하면서 신용대출을 받아 투자한 일반 개미투자자들이 고리의 이율과 함께 더 큰 폭의 손실을 봤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16년 6조원대였던 주식 신용 잔액은 2017년 코스피·코스닥 활황을 타고 급격히 증가했다. 당시 코스피가 2500, 코스닥이 900까지 오르자 개인투자자들이 신용대출과 스톡론을 활용해 대거 투자했고 신용투자 잔액은 9조~10조원대를 오르내리기까지 했다. 10%에 가까운 고리의 대출을 내준 증권사들은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
하지만 올해 들어 주가가 폭락하면서 대량 손실을 본 일반투자자들은 증권사의 반대매매로 이중고를 겪었을 가능성이 높다. 반대매매는 고객이 증권사에서 돈을 빌리거나 신용융자금으로 주식을 매입하고 난 후, 빌린 돈을 약정한 만기기간 내에 변제하지 못하면 고객 의사와 관계없이 주식을 강제로 일괄 매도 처분하는 것을 뜻한다. 높은 이자 부담에도 불구하고 강제 주식 처분으로 손실이 배가 되는 것이다.
한편 금융위는 이날 증권사의 신용공여 이자율 산정 과정 투명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그간 시장에서는 4~11% 고이율을 적용해왔지만 이자율 산정 근거가 공개되지 않아 불투명하다는 비판을 받아 왔기 때문이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기존 규제정비위회 전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증권업 부문 86건의 규제 중 19건을 개선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규제 개선 내용에는 증권사의 신용공여 이자율 산정 근거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현재는 투자 매매·중개업자가 정하는 신용공여 이자율과 연차 이자율 등 산정 기준을 공시할 의무가 없다. 이에 증권사는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이나 연체 이자율에 대해 자율적으로 대응했고 일부에서는 문제를 제기해 왔다.
금융위는 앞으로 조달금리, 신용프리미엄 등을 감안해 신용공여 이자율을 산정하고 그 내용을 공시하도록 근거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진영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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