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싱가포르·日도 韓회계 벤치마킹…투명성 인정"
입력 2019-08-25 17:50  | 수정 2019-08-25 20:01
최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좌담회에서 서정우 위원, 곽수근 이사, 김의형 원장(왼쪽부터)이 회계 발전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김재훈 기자]
한국 경제 최대 위기는 단연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사태'로 볼 수 있다. 당시 IMF는 한국 정부에 자금 지원을 약속하며 한국 기업의 회계투명성 향상을 위해 회계 기준을 정하는 독립기구를 만들 것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1999년 9월 1일 한국회계연구원(2006년 '한국회계기준원'으로 변경)이 사단법인 형태로 설립됐고, 그간 외부감사법 개정, 한국 채택 국제회계기준 제정, 국제회계기준 도입을 주도하며 회계투명성 향상에 기여해 왔다. 스무 살 성년을 맞은 한국회계기준원은 최근 회계 개혁 성과와 미래 전략을 논의하는 좌담회를 열었다. 김의형 회계기준원장과 3년째 국제회계기준(IFRS)재단 이사를 맡고 있는 곽수근 서울대 명예교수, 영국에서 7년간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서정우 국민대 교수가 마주했다.
이들 전문가는 국내 회계 역량과 개혁에 대해 높이 평가하면서도 기업의 투자와 관심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 원장은 "우리 제도와 재무 보고 수준은 최고에 가깝고, 국제회계기준 도입과 강화된 감리감독을 통한 질적 상향이 이뤄졌다"며 "회계개혁법은 90점 이상 높은 점수를 줄 수 있고, 강력하고 혁신적인 제도로 큰 성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서 위원은 "중국은 회계기준, 감사·감독에 의문표가 있고, 일본은 아직 국제회계기준을 도입하지 않았다"며 "한국이 아시아에서 가장 선두에 있어 세계적으로도 주목받고 있다"고 평했다. 그는 이어 "감사인 지정제는 독창적인 제도로, 많은 기업이 동시에 감사인을 변경하게 되고 국외 자회사 감사인을 변경할지 등을 두고 부담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곽 이사는 "아쉬운 게 있다면 회계 인력과 기업의 투자"라며 "최고경영자(CEO)가 회계의 중요성을 간과하거나 낮게 평가해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것을 빈번히 목도하게 된다"고 평가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아시아나항공 한정의견 사태는 회계투명성이 강화되고 있는 과정으로 보았다. 곽 이사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핵심 회계 이슈는 '연결'인데, 한국은 아직 실질 지배력 판단에 대한 경험이 짧아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며 "또 회계 이슈 이외에 상장, 모회사 합병, 정치적 쟁점이 결합된 회계를 넘어서는 복합적인 사건이 되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아시아나항공은 외부감사 기능이 작동하고 조기경보 기능이 충실히 수행된 좋은 사례"라고 설명했다.
서 위원은 "IMF 당시 경고 기능이 작동하지 않아 많은 기업이 마지막 파국까지 가게 됐다"며 "그때 국내 대기업 분식회계 사건이 타임지 1면 등 외국 저널에 게재되는 일이 많았지만 지금은 그런 일이 거의 없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외국에서 연결 이슈 정도로 보고 관심거리도 되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그는 "20년 전 회계기준원을 만들고 감독 기능을 강화한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회계라는 인프라스트럭처를 조금 더 발전시킨다면 아시아 금융허브, 회계 1등 등 이 분야에서 리딩 국가로 갈 수 있는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회계투명성 확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금융 도약의 기회가 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 위원은 "일본 대표 기업인 도요타는 이제서야 국제회계기준 도입을 준비하는 등 런던에서 보면 싱가포르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이 한국의 회계기준 도입 과정과 방법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많은 문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영태 기자 / 박재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