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변기 위에서 식사…갈길 먼 청소노동자 휴게실
입력 2019-08-23 19:30  | 수정 2019-08-23 21:09
【 앵커멘트 】
최근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날 창문과 에어컨조차 없는 서울대학교의 한 휴게실에서 청소노동자가 숨지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청소노동자의 열악한 휴게 환경 언제까지 나몰라라할 수 있을까요?
김보미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지난 9일 청소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된 서울대의 한 작은 방.

계단 밑에 간이 벽을 세우고 만든 3.5제곱미터의 간이 휴게실입니다.

▶ 스탠딩 : 김보미 / 기자
- "고인이 머물던 곳엔 폭염을 피할 에어컨이나 창문조차 없었고 오직 선풍기 하나에만 의존해야했습니다."

다른 곳의 상황은 어떨까?

서울의 한 사립대 건물 화장실입니다.

끝 칸을 열어보니 장판이 깔렸고 그 위로 냉장고와 소지품들이 가득합니다.

청소노동자들이 쉴 공간이 마땅치 않아 변기가 있던 칸에 임시방편으로 휴게실을 마련한 겁니다.


▶ 인터뷰 : 대학생
- "화장실을 쓰려고 해도 계실 때가 있거든요. 거기서 식사도 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밥 먹는 냄새가 났어서…."

또 다른 대학 건물 지하 6층 주차장.

바로 옆에 청소노동자 휴게실이 있지만, 차가 오갈 때마다 매연과 먼지가 고스란히 들어옵니다.

환풍기와 공기청정기가 설치돼 있지만, 공기가 순환돼도 주차장의 탁한 공기만 들어올 뿐입니다.

▶ 인터뷰 : 청소노동자 (11년 근무)
- "여기 한참 있으면 기침 나요. 머리도 아프다는 사람도 있고요. 우리가 생각하기엔 매연 때문에 그렇지 않나."

취재진이 서울시내 대학 청소노동자 휴게실 10곳을 돌아본 결과, 대부분 사정은 마찬가지.

계단 밑 비좁은 공간에 설치돼 있거나 심지어 물이 새는 곳도 있습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사업장 내 휴게실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내놨지만 권고 사항에 그칠 뿐입니다.

▶ 인터뷰(☎) : 고용노동부 관계자
- "(냉방시설이나 창문 설치 등) 내용에 관해서는 법으로 구체적으로 명시돼있는 사항이 없어서요."

청소노동자들은 그저 잠시 편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을 바랄 뿐입니다.

▶ 인터뷰 : 청소노동자
- "우리는 휴게실이 아니라 대기실이에요. 그런 (휴게) 공간 하나를 원하는 것이지, 호텔같은 큰 걸 바라는 게 아니에요."

MBN뉴스 김보미입니다. [spring@mbn.co.kr]

영상취재: 전범수 기자
영상편집: 이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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