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하반기 리스크 관리 핵심은 기업대출 부실화…日 금융보복 가능성 낮아"
입력 2019-08-22 18:51 

신한·KB·하나·NH농협·우리 등 5대 금융그룹 리스크관리책임자(CRO)들이 올해 하반기 가장 큰 리스크 요소로 주력 수출기업의 실적 악화와 이로 인한 기업대출 부실화를 꼽았다.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의 수출규제, 국내 경기침체라는 안팎의 악재 탓에 금융그룹 캐시카우의 한 축인 기업금융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22일 매일경제신문이 5대 금융지주 CRO를 대상으로 진행한 긴급 설문조사에서 CRO의 절반 이상은 '하반기 한국 금융에 리스크를 미칠 대내적 요인'으로 '반도체·자동차 등 주력 수출기업 실적'을 꼽았다. 대표 주자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50~80% 줄어들 만큼 부진한 기업경기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시장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투자 감소' '주 52시간 근무제 등 기업부담 증가'라는 대답이 그 뒤를 이었다.
CRO들은 하반기 리스크 관리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요소로 60%가 '기업연체율 상승 등 기업대출 부실화'를 선택했다. 금융그룹들의 핵심 계열사인 시중은행 기업여신 대부분은 중소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만큼 지금같은 시장 상황이 계속되면 이들 중소기업부터 실질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한 금융그룹 관계자는 "최근 연체율 추이를 보면 연말부터 이자만 겨우 내는 한계기업을 시작으로 부실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대출규제·대내외 악조건에 따른 수익성 관리'라는 응답은 두번째로 많았다. 금융그룹 이익의 80% 이상이 이자수익에서 나오는 상황에서 지금같은 저금리 상황은 수익성에 직격탄을 날릴 수밖에 없어서다. 실제 CRO들은 올 하반기 그룹의 순이자이익(NIM)이 상반기보다 적게는 0.01~0.03%포인트, 많게는 0.1%포인트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가계대출 성장이 막히고 치열한 은행간 경쟁 때문에 기업대출도 늘리기 쉽지 않은 만큼 5곳 중 3곳은 올해 그룹별 여신성장률 목표치를 작년보다 낮게 잡았다고 답했다.
계열사 중에서 리스크 관리가 집중돼야 할 곳으로는 '은행'과 '카드 및 캐피탈'이 각각 40%로 1위였고 보험이 20%로 뒤를 이었다. 은행은 기업대출 부실화에 대한 우려, 카드와 캐피탈은 카드수수료 인하 같은 정부 규제로 최근 실적이 급감한 상황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최근 한·일 갈등 국면에서 제기되는 일본계 은행의 대출회수 등 일본 금융보복 가능성은 80%가 '낮은편이다', 20%는 '매우 낮다'고 봤다.
하반기 리스크 관리를 위해 5대 금융 CRO들은 예년보다 보수적인 관점에서 성장과 차주관리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신한금융은 자본효율성 기반의 포트폴리오 운영과 질적 자산 위주의 성장계획을 추진한다. KB금융은 시장 불확실성 확대와 실물경제 부진에 대응한 그룹 핵심 포트폴리오 관리 강화, 하나금융은 여신 감리기능 강화로 안정적인 자산 건전성을 유지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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