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은행 DLF 위험 안 알렸다면…최대 70% 배상해야
입력 2019-08-20 18:00  | 수정 2019-08-20 19:06
◆ DLF·DLS 쇼크 ◆
금융감독원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DLS) 파문'을 수습하기 위해 속도전에 나섰다. 이르면 이번주 중 해당 은행·증권사에 대한 검사에 돌입하고 다음달 파생결합펀드(DLF)·파생결합증권(DLS) 상품에 대한 분쟁조정 절차를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가장 큰 관심사는 이 파생상품을 판매한 금융회사가 투자자들에게 얼마나 배상 또는 보상을 할지다. 심각한 불완전판매가 입증되면 이 상품을 판매한 은행이 최대 70% 배상책임을 졌던 사례도 있지만, 투자자들의 투자 경험과 투자 기간 등을 고려해 배상책임 비율이 낮아진 사례도 있다. 특히 하나은행에서는 해당 상품 투자자 중 65%가 상품에 재가입한 것으로 나타나 불완전판매 해당 여부에 대한 논란도 가중될 전망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르면 다음달 DLF·DLS 상품 관련 분쟁조정 신청 건을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 안건에 올린다. 이들 신청은 상품이 이미 중도 해지돼 손실이 확정된 건으로, 많으면 3건이 논의될 전망이다. 금감원은 이 3건에 대해 기초적인 사실 조사를 마쳤고, 이 가운데 1건은 곧 외부 법률자문 의뢰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적으로 법률자문은 분조위 회부 직전에 진행되곤 한다.
금감원은 분쟁조정 과정에서 금융상품 판매의 적정성, 적합성, 부당권유 등 세 부분을 집중적으로 검토한다. 적정성은 고객 연령과 수입원, 금융지식과 투자목적 등에 대한 부분이고, 적합성은 적정성을 바탕으로 산출된 고객 수준과 어울리는 상품을 추천했는지에 대한 기준이다. 부당권유는 이율이나 수익을 보장하는 등 판매 과정에서 고객 유치를 위해 부당한 조건을 제시하는 경우다.

금감원은 이 세 부분에서 금융사 잘못이 명백하면 60%까지 배상책임을 부과하고 있다. 다만 2013년 동양그룹 기업어음(CP) 불완전판매 등 사례에서는 금융투자 경험이 전무한 고령자에게 위험 상품을 판매한 경우 이에 10%를 가중해 70%까지 배상책임을 부과하기도 했다.
과거 불완전판매로 논란이 됐던 '우리파워인컴펀드' 사건은 배상비율이 40%였다. 우리파워인컴펀드는 복잡한 구조화 채권에 투자하는 고위험 파생상품으로, 손실 가능성이 없다는 은행 말에 개인투자자 약 2300명이 1700억원 상당을 투자했지만 2011년 11월 만기 때 투자금 중 97.5%가 손실이 났다. 당시 분조위는 은행에 불완전판매 책임이 있다며 투자금의 50%를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이후 대법원은 배상비율을 투자금의 20~40% 선에서 정했다. 법원은 은행 직원들이 펀드 구조도 제대로 모른 채 상품을 판매했다고 판단했지만, 상품 내용과 손익 구조 등을 신중히 검토했어야 한다며 투자자에게도 책임을 지웠다.
2016년에는 분조위가 은·원유 가격을 기초자산으로 한 DLS 상품과 관련해 금융사 책임을 30%로 결정한 사례도 있다. 당시 금융사가 불완전판매를 했으나 투자자가 상품 구조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투자한 점, 과거 원금이 보장되지 않은 고위험 주식형 펀드에 34회 투자한 점 등이 결정의 배경이었다.
결과적으로 투자자 개인별 상황에 따라 불완전판매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실에 따르면 하나은행에서 판매된 상품 투자자 중 40% 이상이 65세 이상이었다. 고령자들이 복잡한 상품 구조를 쉽게 이해하기가 어려운 만큼 불완전판매에 해당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해당 상품을 만기에 환매하고 다시 가입한 투자자들을 모두 불완전판매 피해자로 볼 것인가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하나은행 DLF 상품에 투자한 1500여 명 가운데 65%에 달하는 980여 명이 해당 상품 재가입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해당 상품을 주로 판매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DLF 투자자 대응팀을 가동한 상태다. 일부 투자자는 분쟁조정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아직 만기가 남은 DLF 상품을 중도환매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금감원은 이르면 이번주 은행·증권업계에 대한 합동검사를 진행한다. 특히 금리 하락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고위험 파생상품을 대량으로 판매하게 된 내부 의사결정 과정 등을 집중적으로 점검할 방침이다.
한편 청문회를 준비 중인 은성수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DLF·DLS 논란에 대해 "금감원 조사 진행 상황 등을 봐가며 금융정책을 책임지는 위치에 있는 후보자로서 생각을 정리해 인사청문회에서 국민께 소상히 밝히겠다"고 말했다.
[최승진 기자 / 이새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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