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글로벌IB들, DLF덕에 또 한국서 대박?
입력 2019-08-20 18:00  | 수정 2019-08-20 23:49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금리파생상품과 관련한 막대한 손실이 외국계 투자은행 이익으로 이어졌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약 1조원대 투자가 모두 금리 상향 포지션에 있었고, 전략이 노출된 상품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해외 투자은행들이 금리 하락 포지션에서 막대한 수익을 챙겼다는 계산이다.
2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은행과 증권사가 판매한 파생결합증권(DLS)·파생결합펀드(DLF)의 금리옵션 투자는 국내 증권사가 아닌 해외 증권사에 일임된 것으로 전해졌다. 거래 대상이 영국·미국·독일 국채금리인 탓에 해외 투자은행이 보다 전문적이라는 의미에서 이들 창구에 거래를 맡겼다는 의미다. 해외 투자은행들이 한국 내 포지션을 이미 알고 있는 상황에서 유럽의 경제 불안 등 상황 변화에 따라 반대 포지션이나 헤지 거래를 통해 이익을 봤다는 시각이다.
신동국 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교수는 매일경제와 통화하면서 "국내 투자자들이 금리 상향에 베팅하는 매도 포지션이었고, 이 거래가 성립되는 과정에서 매수 포지션을 취한 해외 투자은행들은 국내 투자자들 손실만큼 이익을 봤을 가능성이 있다"며 "수년간 DLS·DLF 상품이 독일·영국·미국 금리 상향에 투자하는 전략이 노출됐던 만큼 반대로 이를 이용한 투자 전략을 실행했을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국내 시장에서는 해외 투자은행들이 고의로 국내 DLS나 DLF를 이용해 수익을 거뒀다는 시각에는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옵션 거래는 대부분 다른 상품 거래에 위험을 분산시키는 헤지 차원에서 하고 있기 때문에 해외 투자자들이 해외 금리 하향 포지션을 취했다 해도 막대한 수익을 거두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주식 거래 특성상 매도·매수가 동시에 일어나야 하고, 손해를 보면 이득을 보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라며 "다만 이번 사태에서 누가 이득을 봤는지는 검사 대상이 아니며, 일반적인 옵션 거래 특성상 헤지 거래가 대부분으로 소위 '매수 몰빵'으로 수천 억원 이익을 낸 기관이 있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서 "손해와 이득을 모두 발라내려면 전 세계 거래장부를 모두 뒤져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덧붙였다.
신 교수는 이 같은 대량 투자손실 논란을 막기 위해서는 보다 다양한 투자 상품이 고안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투자 상품들은 일종의 바람을 타고 한곳에 쏠리는 현상을 자주 볼 수 있다"며 "DLS·DLF처럼 한 방향의 금리 변화에 베팅하는 전술만이 아니라 보다 다양한 포지션, 상품 등에 대해 안정적인 투자를 실행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진영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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