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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2년…대기업 수익성, 中企보다 나빠졌다
입력 2019-08-19 17:55  | 수정 2019-08-19 19:59
◆ 상반기 상장사 실적 분석 ◆
올 2분기 상장기업의 실적 악화 이면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수익성 역전이 깔려 있다. 최근 2년 새 대기업이 정부의 고용·투자 증대 압박이라는 부담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무역전쟁까지 터지며 영업이익률이 급락한 반면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투자 효과와 함께 상대적으로 유연한 사업 및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수익성을 방어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9일 매일경제신문과 에프앤가이드가 자산 5조원 이상의 대기업집단 59개 그룹(공정거래위원회 대기업 구분 기준)의 상장 계열사 198곳의 매출을 합산해보니 444조1172억원으로 집계됐다. 문재인정부 출범 초기인 2017년 2분기(414조4636억원)보다 7.2% 증가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38조2791억원에서 24조3646억원으로 36.4%나 감소했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을 매출로 나눈 영업이익률은 9.2%에서 5.5%로 낮아졌다. 대기업을 제외한 나머지 상장기업 1251개사의 영업이익률은 같은 기간 5.7%에서 5.6%로 소폭 낮아졌다.
물론 대기업의 실적 부진은 삼성전자 영향이 크다. 올 2분기 영업이익이 6조5971억원에 그치면서 2017년 2분기(14조665억원)의 반 토막 이하로 떨어졌다. 하지만 화학 업종도 글로벌 무역전쟁 여파로 수익성이 급감했다. LG화학의 영업이익은 2년 새 63.2% 감소한 2675억원에 그쳤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산업 사이클상 반도체 종목 실적 하락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글로벌 교역 환경까지 악화됐다"며 "국내 상장사에는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진단했다.
대기업들은 밖으로 무역전쟁과 안으로 고용 부담이라는 '내우외환'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국내 10대 업종에서 올 2분기 매출 기준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표 상장사 각각 10곳씩을 선정해 이들의 상반기 급여총액(인건비)을 비교해보니 대기업은 최근 2년 새 8.6% 늘어나는 동안 중소기업은 0.4%에 그쳤다. 10대 업종은 반도체와 자동차, 철강, 가전, 화학, 통신, 디스플레이, 원전, 조선, 정유 등이다.
분석 대상 중 삼성전자가 인건비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삼성전자의 올 상반기 급여 총액은 4조6170억원으로 2017년 같은 기간 지급한 급여총액 4조2270억원 대비 3900억원(9.2%) 증가했다. 직원 수 역시 9만8541명에서 10만5044명으로 6503명(6.6%) 늘었다.
삼성전자의 최대 메모리 반도체 공급처인 에스에이엠티는 반도체 불황과 함께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면서 수익성 하락을 방어했다. 에스에이엠티는 정보기술(IT) 제품에 필요한 메모리, LCD 패널, 등 전자제품을 유통하는 회사다. 고객사가 주문을 하면 납품 7~8주 전에 삼성전자 등에서 물건을 매입하는 구조다. 90명이었던 직원 수는 최근 2년 새 80명으로 줄었고, 급여총액 역시 34억원에서 25억원으로 26.5% 줄었다. 인건비 부담이 덜한 에스에이엠티는 2년 새 이익이 7% 감소했지만 삼성전자에 비해 선방할 수 있었다.
LG화학은 대기업 중 인건비 증가율이 2년 새 29.7% 증가로 가장 높았다. LG화학의 올 상반기 급여총액은 9435억원으로 반기 기준 1조원 돌파도 눈앞에 뒀다.
직원 수 역시 2017년 1만6750명에서 1만9667명으로 17.4% 증가했다. 이 화학업체는 화학 사업 이외에도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하고 있는데 올 들어 일회성 비용 증가로 고전하고 있다. 배터리 사업에선 올 들어 대규모 적자를 기록 중이다. 그러나 LG그룹이 작년에 삼성 등 다른 주요 그룹과 마찬가지로 대규모 투자 및 고용 확대를 선언하면서 고용을 오히려 늘리고 있다.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의 구조조정 분위기가 극명하게 갈린 곳은 통신 분야다. 통신사 KT는 정규직 전환과 주 52시간 근무제 등의 이슈로 직원 수와 인건비가 대폭 증가한 반면 통신장비 제조업체 케이엠더블유는 과감한 사업 구조조정으로 실적 개선의 밑바탕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KT는 인건비 지출이 최근 2년 새 11.7% 늘어났다. 직원 수는 2만3500명대로 큰 변화가 없었지만 KT의 급여총액은 2017년 상반기 8758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9783억원으로 증가했다. 5세대(5G) 이동통신을 두고 통신사 간 출혈 경쟁이 펼쳐지면서 2017년 2분기 4473억원이었던 KT의 영업이익은 올해 2분기 2882억원으로 35.6% 급감했다.
반면 케이엠더블유는 전체 직원이 최근 2년 새 24% 감소했다. 인건비 지출 역시 2017년 상반기 96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88억원으로 줄었다. 지난해 2분기까지만 해도 적자에 시달리고 있었던 케이엠더블유는 올해 1분기 24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고, 2분기에는 55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017년 1분기와 2분기 영업이익 규모가 각각 56억원, 3억원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전벽해' 수준이다. 2017년 적자 사업인 LED를 별도 법인으로 물적 분할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 동반된 결과다.
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 '낙수효과'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 등의 주요 고객사에 부품을 납품하는 한온시스템은 영업이익이 2년 새 9.3% 증가했다.
현대차가 같은 기간 7.9% 감소한 것과는 대조된다. 선박 부품업체인 STX엔진 역시 2년 새 영업이익이 3배 늘었다. 그러나 2년 새 인건비는 5.3% 증가에 그쳤다.
[문일호 기자 /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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