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한류로 100만 심장이 `쿵쾅쿵쾅`…케이콘의 위력
입력 2019-08-19 15:52 
17일(현지시간) 미국 LA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열린 KCON 콘서트에서 사회자가 진행하고 있다. 주변에 한글로 된 스타들의 이름이 새겨진 셔츠를 입고 있는 팬들이 눈에 띈다. [로스앤젤레스 = 신현규 특파원]

"딸이랑 같이 왔냐고요? 아뇨. 제가 보고 싶어서 왔어요."
지난 17일(현지시간) 한류 콘텐츠 전시 및 콘서트 이벤트인 케이콘(KCON) LA에서 보이그룹 '에이티즈'(ATEEZ)를 기다리고 있던 40대 남성 로렌스 입상트 씨(팜스프링스 거주)는 이렇게 말했다. 지난 15일부터 18일(현지시간)까지 나흘간 미국 LA 컨벤션센터와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열린 'KCON 2019 LA'에는 남녀노소 인종 등을 따질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사람들이 한류 콘텐츠와 상품들을 즐기기 위해 방문했다. 올해 10만명을 돌파한 국제무대 최대 한류 이벤트인 KCON LA의 주인공은 단연 글로벌 한류 팬들이었다. 'SF9'의 유태양 씨의 팬이라는 제니퍼 도슨 씨(산타바바라 거주)는 "외모 멜로디 춤 등 K팝의 모든 것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
17일(현지시간) 미국 LA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열린 KCON 콘서트에서 한류스타들이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 신현규 특파원]
이런 한류팬들은 한국 기업들의 해외 진출에 든든한 교두보가 되고 있다. 미국 유럽 동남아 중동 등 전 세계를 순회하며 열리는 KCON은 한류스타 콘서트와 함께 한국 중소기업들의 제품을 전시·수출하는 플랫폼 성격을 가진 이벤트. 2012년 미국 어바인에서 관객 1만명으로 처음 시작했는데, LA에서 가장 많은 한류 팬들이 찾고 있다. 주최 측인 CJ ENM에 따르면 올해 처음으로 KCON LA는 입장객 수 10만명을 넘어선 10만 3000명이다. 2017년 8만 5000명, 2018년 9만 4000명에서 올해는 10만 3000명으로 늘어난 것이다.
17일(현지시간) 미국 LA컨벤션센터 안에서 열린 유튜버 고태경씨의 즉흥댄스 시간에 수많은 한류팬들이 음악에 맞춰 즉석 춤을 추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 신현규 특파원]
CJ ENM관계자는 "2014년 이 곳 LA에서 국제무대를 데뷔한 방탄소년단이 찾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달성한 수치"라고 말했다. K팝의 콘텐츠 저변 뿐만 아니라 고정적인 팬층의 두터움이 자리를 잡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KCON 누적관객수는 이번 LA행사를 계기로 100만명을 돌파했다. 정확한 통계는 수개월 뒤에야 집계되지만 행사장을 찾은 KCON 참가자들 중 한국인들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주최측은 "역대 기록에 따르면 관람객의 67%가 24세 이하로 매우 젊으며 인종적으로도 매우 다양한 분포를 보인다"고 밝혔다.
KCON의 핵심 행사는 콘서트 였지만 전시장을 찾은 관객들의 연인원 숫자는 전시회가 더 많았다. 총 관객수 10만 3000명 중에서 컨벤션 참가자는 7만 1500명, 콘서트 참가자는 3만 1500명이었다. 한류스타들과 K팝, K뷰티 등의 한국 라이프 스타일을 즐기러 온 한류 팬들의 힘은 구매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발표한 2019해외한류실태조사 결과 한국 문화콘텐츠를 경험한 이후 한국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는 응답은 미국 기준 60.8%였다.
17일(현지시간) 미국 LA컨벤션센터 안에서 열린 유튜버 고태경씨의 즉흥댄스 시간에 수많은 한류팬들이 음악에 맞춰 즉석 춤을 추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 신현규 특파원]
이 때문에 KCON 주최 측인 CJ ENM은 자력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이 쉽지 않은 중소기업을 위해 중소기업벤처부 등과 함께 국내 중소기업 40개사를 초청했다. 이들은 KCON 내에서 별도 전시장을 마련하고 한류 팬들을 대상으로 홍보를 진행했다. 뿐만 아니라 KCON 행사장에서 별도로 마련된 수출상담회를 통해 현지 바이어들과 B2B로 판로를 뚫을 수 있는 기회도 가졌다. 행사장에서 만난 K뷰터 회사 '바노바기' 관계자는 "하루에 수백명 정도의 한류 팬들과 만나며 그들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들을 수 있어서 매우 유의미 했다"며 "수출상담회에서 만난 바이어들과 면담 후 수출계약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K뷰티 회사인 에이바자르의 김경준 팀장은 "다른 박람회에 비해 2~3배 이상 관객수가 많은 B2C 박람회인 만큼 해외시장에 대한 반응을 빠르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이 (KCON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CJ ENM에 따르면 지금까지 KCON LA에 참여한 중소기업은 총 257개사에 이른다.
한편 한류 팬들의 폭발적 에너지는 17일 저녁 열린 KCON 콘서트에서 집중적으로 발산됐다. 이 콘서트에는 '에이티즈'를 비롯해 '모모랜드', 'SF9', '뉴이스트(NUEST)', '아이즈원', 'AB6IX' 등이 출연해 팬들과 교감을 가졌다. 화려한 퍼포먼스와 강렬한 에너지, 귀에 감기는 멜로디와 심장까지 쿵쾅거리게 만드는 비트로 무대를 사로잡은 아티스트들은 각자 유창한 영어로 콘서트를 찾은 관객들과 소통했다. LA 출신인 뉴이스트의 멤버 아론은 MC까지 보면서 스테이플스 센터 관객석에 내려가 팬들과 대화하기도 했다. '에이티즈'가 선배그룹인 블락비의 'Very Very Good'으로 콘서트의 포문을 열자 각 그룹들은 자신들의 대표곡 2~3곡을 보여주면서 3시간에 가까운 콘서트는 시간가는 줄 모른 사이 끝났다.
17일(현지시간) 미국 LA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열린 KCON 콘서트에서 신인그룹 에이티즈가 공연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 신현규 특파원]
컨벤션이 진행되는 낮 동안 LA컨벤션센터에서는 K팝, 뷰티, 음식 등 다양한 한국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250여 개의 프로그램들이 진행됐다. 행사 첫날인 15일 저녁에는 K팝 중심의 장르에서 확장해 힙합과 댄스 무대로 꾸며진 클럽 KCON콘서트가 진행됐다. 16일에는 한류스타들의 춤사위를 재미있게 재해석해 인기를 끌고 있는 유튜버 '고태경'씨가 등장해 무작위로 음악에 맞춰 참가자들과 함께 춤을 추는 이벤트를 개최했다. '퇴경아약먹자'라는 이름으로 붙여 진 이 이벤트에는 약 300명 정도의 관객들이 주변을 둘러싸고 음악에 맞춰 고태경 씨와 함께 춤을 추는 재미있는 모습을 연출했다. 뷰티부스에서는 '이달의소녀'와 '프로미스나인'을 비롯한 SNS 인플루언서들이 전하는 메이크업 팁을 전수받았다. 또한 전시장에 마련된 댄스 워크샵에서는 인기걸그룹 '모모랜드'가 직접 알려주는 안무를 따라 배울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됐다. 올해 신설된 #KCONFOODIE(케이콘푸디) 공간에서는 한국 음식을 직접 맛보고, 토크쇼를 관람하고, 유명 인플루언서의 먹방을 즐기는 등 한국 음식을 체험하는 기회도 마련됐다.
[로스엔젤레스 = 신현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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