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8월 16일 뉴스초점-여성 안전 '거꾸로' 간 경찰
입력 2019-08-16 20:06  | 수정 2019-08-16 20:46
지난 5월, 혼자 사는 여성 집에 침입하려다 실패한 일명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 기억하시지요. 그로부터 두 달 뒤, 같은 동네에서 같은 사건이 또 일어난 데 이어 강서구에선 집에 가는 여성을 끝까지 따라가 성폭행하려다 실패, 경찰이 들이닥치자 자해 소동을 일으킨 사건도 있었습니다.

또한 남자 친구에게 데이트 폭력을 당하는 여성은 2016년 9천 건에서 지난해 만 8천 건으로 2년 사이 2배가 늘었고, 지난해 여성에 대한 가족 폭력 건수만도 25만 건이나 됩니다. 연인에, 남편에, 심지어 모르는 남성에게까지 생명의 위협을 당하고 있는 여성들. 이쯤 하면 여성들이 얼마나 불안한 세상을 살고 있는지 짐작이 되시지요.

그런데 여성 범죄를 막아야 할 경찰들은 대한민국 여성들이 굉장히 안전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합니다. 조사 결과, 올 상반기 여성 체감 안전도는 78.1점으로 역대 최고치라고 경찰이 발표했거든요. 경찰이 여성 범죄 근절을 위해 노력한 결과라며 자평까지 하면서 말이지요.

경찰의 범죄 안전도 조사는 절도와 폭력, 강도나 살인 등으로부터 얼마나 안전하다고 생각하는지 전화로 묻는 형식입니다. 최근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성폭력과 데이트 폭력 등 여성 범죄에 관한 항목은 아예 없지요. 묻질 않으니 답할 이유도 없고, 조사 결과에 들어가지도 않은 건데, 이를 두고 점수가 높으니 잘했다, 여성들이 안심하고 있다니 기가 막힐 지경입니다.

근무시간에 성매매 여성과 모텔에 있던 경찰, 술 취해 난동을 부리고, 뺑소니에 음란행위까지. 이런 건 많이 양보해서 개인의 일탈이라 여길 수도 있습니다만, 경찰의 본분인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조차 현실성 없는 조사로 자화자찬하는 경찰을 국민이 계속 신뢰할 수 있을까요? 검찰 개혁도 시급하지만 수사권을 달라는 경찰도 뭔가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국민이 힘을 실어주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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