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불볕더위에 장마 땐 악취"…여름과 분투하는 학원가
입력 2019-08-16 15:33 

충남 천안에 사는 재수생 김지훈(가명·19) 씨는 최근 6개월 넘게 다니던 독서실을 옮겨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연일 30도가 넘는 폭염에 다인실 독서실의 에어컨 온도를 24도로 맞춰 공부하는데, 에어컨 가까이 있는 사람이 자꾸 설정을 바꿔 불편하다는 것이다. 그는 "에어컨에 가보면 온도가 30도"라며 "30도 에어컨은 처음본다"며 토로했다. 이어 "유독 한 사람이 온도를 자꾸 올려 다시 내리면 싸움이라도 날 것 같아 스트레스"라고 덧붙였다.
여름 더위에 고3 수험생이 많은 학원가를 중심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독서실 등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간에서는 에어컨 온도 조절 문제로 갈등이 벌어져 일각에서는 이를 피하기 위해 카페로 간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수험생들에게 가장 큰 갈등 원인은 에어컨 온도 설정이다. 다인실 독서실 같은 경우 같은 온도라도 더워하는 학생과 추위를 타는 학생으로 갈려 다툼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한정된 공간에 칸막이 책상을 무리하게 붙인 곳은 에어컨 성능에 비해 사용자 수가 많아 효과를 볼 수 없는 경우도 발생한다.
경기도 화성에 사는 고3 수험생 이지은 양은 "사람이 꽉 찬 날에는 에어컨을 최대로 틀어도 더울 때가 많아 손 선풍기를 켠다"며 "하루는 선풍기 소리가 너무 크다는 쪽지를 받고 그냥 집으로 간 적도 있다"고 밝혔다. 같은 지역에 사는 김주원(가명·18) 양은 "8월 한 달 동안 기숙학원에 갈까 싶었지만 (비용 문제로) 주변 스터디카페를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학원에서는 에어컨 사용을 막거나 사용하더라도 조건부로 작동시켜 불편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한 학원 강사 김원주(가명·36) 씨는 "당일 온도가 30도를 넘지 않으면 학원에서 에어컨을 켜지 못하게 한다"고 전했다. 이어 "장마 때는 아이들 신발이며 옷이 다 젖어 습하고 악취가 나 쉬는 시간 때 특히 고역"이라고 덧붙였다.
실내 온도 논쟁은 정부가 권장하는 적정 냉방온도 기준 때문에 변하지 않는 모양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고시한 '공공기관 에너지이용 합리화 추진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교, 도서관, 의료기관, 어린이집, 노인복지시설 등을 제외한 공공기관은 냉방설비 가동 시 평균 28도 이상으로 실내온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또 대형건물은 실내 냉방 온도를 26도 이상으로 맞출 것을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민간시설이 이 기준을 꼭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다. 법 조항은 '건물의 냉난방온도를 제한온도에 적합하게 유지·관리하지 않은 경우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권고하거나 시정조치를 명할 수 있다'고 나왔지만 과태료 부과 등 처벌 규정은 없다는 설명이다. 또 적정 실내온도 기준을 28도로 선정한 시점이 약 40년 전인 1980년인 만큼 관련 논의를 새롭게 해야 한다는 지적도 일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 정부가 권장하고 있는 온도는 어디까지나 권장사항"이라며 "학원을 비롯한 민간 시설의 경우 상황에 맞춰 냉방온도를 설정해도 괜찮다"고 설명했다.
[이진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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