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한달새 10% 수익…고공행진 美국채 ETF
입력 2019-08-15 18:14 
미국 장기국채 금리가 급속히 떨어지면서 채권 시장이 강세를 보이자 미국채권 상장지수펀드(ETF) 역시 수익률과 거래량 면에서 선전하고 있다. 증권사에서 살 수 있는 미국채권의 기본 단위가 1만달러인 상황에서 1만원 소액으로 투자하려는 자금이 몰리는 것도 미국채권 ETF의 성장에 한몫하고 있다.
지난 14일 유가증권 시장에서 KODEX미국채울트라30년선물 ETF는 최근 1개월 새 10.4% 오른 1만1970원에 장을 마감했다. 환헤지된 ETF라 달러 강세의 영향을 받지 않는데도 채권 가치가 한 달 만에 10% 오르는 것은 이례적이다.
김남기 삼성자산운용 ETF운용팀장은 "채권의 듀레이션(투자 자금 회수 기간)이 길면 금리 하락에 따라 채권값이 오르는 효과가 크기 때문에 초장기물인 30년물을 주로 담은 ETF의 가격이 한 달 새 크게 올랐다"고 설명했다.
채권 가격 변동 폭은 금리 변동 폭과 실효 듀레이션의 곱이다. 30년물의 실효 듀레이션이 21년가량이기 때문에 한 달 만에 금리가 0.6%포인트 떨어지면서 10% 넘게 채권값이 오른 것이다. 특히 KODEX미국채울트라30년선물은 국채 쿠폰 금리를 분배금으로 지급하지 않고 ETF 가격 변동에 반영하는 방식이라 채권값 상승분이 더 크게 나온다.

국내에는 장기채라고 하더라도 10년물 ETF만 있어 듀레이션이 훨씬 긴 30년물 ETF보다 금리 인하에 따른 상승 폭이 작았다. KOSEF국고채10년레버리지의 1개월 수익률은 5.72%로 레버리지 ETF임에도 불구하고 KODEX미국채울트라30년선물보다 가격 상승 폭이 작았다. 다만 1년 수익률은 24.18%로 다른 채권 ETF를 압도하는 성과를 냈다.
미국의 장기금리 인하가 더 큰 폭으로 진행되면서 같은 구조의 채권 ETF라도 미국채 10년물 ETF의 상승 폭이 더 크다. TIGER미국채10년선물의 3개월 수익률은 8.48%였는데 ARIRANG국채선물10년은 5.65%였다. 3개월 동안 미국10년물은 80bp가량 내린 반면 한국10년물은 30bp 내리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미국 국채 ETF는 거래량이나 설정액 면에서도 우수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지난 14일 거래대금 상위 채권 ETF 10개 중 4개가 미국 국채 ETF였다. TIGER미국달러단기채권액티브, TIGER미국채10년선물, KODEX미국채울트라30년 선물이 웬만한 국내 채권형 ETF를 넘는 거래량을 기록했다. 미국 국채에 대한 투자 수요가 많아지면서 자금 유입도 활발해지고 있다. TIGER미국채10년선물 ETF는 한 달 전 160억원이었던 설정액이 30% 늘어나 210억원을 기록했다.
미국 채권 ETF들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달 TIGER미국달러단기채권액티브 ETF를 새로 내놓기도 했다. 최근 순자산 1조원을 돌파한 KODEX종합채권액티브 ETF는국내 채권 ETF인데, 해외 채권에 투자하는 액티브 ETF가 나온 것이다. 만기가 1년 이하인 미국 단기채를 비롯해 미국달러 표시 투자등급 회사채, 미국달러 표시 KP물 등을 조합해 지수보다 높은 수익률을 내도록 설계됐다.
미국 국채 금리는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와 신흥국들의 정치 불안으로 장단기 스프레드가 계속 축소되며 장기채 몸값을 올리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심화로 시장이 경기 침체를 예상하는 정도가 강해지면서 현재 1.65%인 미국채 10년물이 연말 1.5%까지 내려간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14일 미 국채 시장에서는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2년물과 10년물 금리가 역전됐다. 독일 중국 등 주요 경제국의 지표가 부진하면서 향후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에 비례하는 장기금리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다만 단기간 급락한 장기채 금리가 다시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어 가격 변동 폭이 큰 장기채 ETF의 수익률이 급반전될 가능성도 있다. 과거 사례로 볼 때 오히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한 시점에는 장단기 스프레드가 확대됐다. 구혜영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글로벌 채권 시장에서 형성된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는 중앙은행의 실제 금리 인하 폭을 앞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제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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