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8월 13일 뉴스초점-100억짜리 바둑판이라니?
입력 2019-08-13 20:10  | 수정 2019-08-13 21:01
80억 원 상당의 황금박쥐 동상, 세계 최대 규모의 황금 해시계. 지자체들마다 이른바 '랜드마크'를 만들어 보겠다며 설치하고 있는 공공 조형물들입니다. 이에 질세라 전남 신안군이 무려 100억 원 짜리 황금 바둑판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도금도 아니고, 순금으로 속까지 꽉 찬 바둑판을요.

신안군은 이 바둑판을 만들기 위해 3년간 총 189㎏의 순금을 사들일 계획인데, 이렇게 으리으리한 바둑판을 만드는 이유는 신안군이 이세돌 9단을 배출한 곳, 바로 '바둑의 메카'란 점을 알리기 위해섭니다. 일종의 지역 홍보 차원이죠.

문제는 돈이 없다는 겁니다. 신안군의 재정 자립도는 올해 기준 8.5%, 전국 꼴찌 수준이거든요. 예산집행에도 우선순위가 있고, 나라든 개인이든 보통은 재정을 봐가면서 돈을 쓰는 법인데, 그런데 전국에서 가장 돈 없는 지자체가 그것도 대회 때만 공개하고 평소에는 보여주지도 않을 100억짜리 황금 바둑판을 꼭 만들어야 할까요. 바둑판을 만든다고 '바둑의 메카'가 될까요.

신안군뿐만이 아닙니다. 정부의 예산지침까지 무시하면서 연예인 홍보대사에게 수천만 원의 혈세를 쓰는 지자체들도 있습니다. 뚝 떨어진 곳에 지어놓고 관광객도 외면하게 만든 150억 원 짜리 기념관. 또 혐오스러워서 없애달라며 민원까지 등장한 수억 원 짜리 조형물. 이게 다 돈 낭비요 세금 낭비죠.

사실 지자체들이 혈세를 마음대로 써도 이걸 단속할 수 있는 방안도 없습니다. 규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지만 정작 지자체들은 눈 하나 꿈쩍하지 않고 있거든요.

본인들 돈이면 이렇게 펑펑 쓸 수 있을까요. 개인이든 나라든 예산에 맞게 지출도 해야죠. 특히 혈세로 움직이는 지자체라면, 더욱더 시민들이 환영할 만한 일을 해야 할 겁니다. 그런데 주민대표 심의를 거쳐 투명하게 진행하라는 국민권익위의 권고까지 무시한 채 100억 원짜리 황금 바둑판으로 논란을 만든다면 어느 누가 좋다고 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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