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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는 스팩 뒤엔…`상폐위기` 그림자
입력 2019-08-12 17:50  | 수정 2019-08-12 19:49
코스닥 스팩 시장이 양극화되는 분위기다. 합병 대상 회사를 구하지 못해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회사가 있는가 하면 공모가 대비 70% 가까운 수익률을 기록한 스팩도 나왔다. 물론 지금 잘나가는 스팩도 상장 후 36개월 내에 합병 대상과 합병을 끝마쳐야 한다. 상장폐지 등 사유로 스팩이 해산해도 예치 또는 신탁된 자금은 주주에게 주권 보유 비율에 따라 지급되지만, 공모가보다 높은 가격에 스팩 종목을 매수한 투자자는 손실을 볼 가능성이 크다. 스팩 투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스팩은 비상장 회사나 코넥스 기업과 합병이 목적인 코스닥 상장 회사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제3호스팩은 오는 19일까지 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상장폐지 대상이 된다. 코스닥시장 상장 규정 제47조에 따라 7거래일간 정리 매매가 진행되며, 29일 상장폐지가 확정된다.
코스닥시장본부는 지난 9일 SK제3호스팩 주권 상장폐지 우려 예고를 공시했다. SK스팩은 지난달 19일 관리종목으로 지정됐으며, 이후 1개월 이내에 상장예비심사 미청구 시 상장폐지 기준에 해당된다. 관리종목 지정 사유는 상장 후 30개월 내 상장예비심사청구서 미제출이다. 이 회사는 2016년 11월 코스닥에 상장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SK제3호스팩은 7월 18일 합병상장예비심사 미승인 통보로 인해 존립 기한 만기(2019년 11월) 6월 전까지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돼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고 설명했다.

SK스팩은 올해 5월 전자지급결제 대행 업체인 페이게이트와 합병하기로 했으나, 한국거래소의 합병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하는 데 실패했다. 스팩이 합병상장예비심사 미승인을 사유로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신한제3호스팩은 16일까지 거래소에 상장예심청구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19일 관리종목에 지정된다. 신한스팩은 2017년 2월 코스닥에 상장했으며, 16일이 상장 후 30개월째다. 앞서 올해 1월엔 한국4호스팩이 상장폐지됐다.
합병 대상 회사를 찾지 못해 상장폐지 처리된 스팩은 2016년만 해도 한 개도 없었다. 하지만 2017년 8건, 그리고 지난해엔 15건에 달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코스닥 진입 문턱이 낮아지고 있는 데다, 자본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스팩 합병 대상 기업을 찾기가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올해 코스닥에 신규 상장한 스팩은 11개사다. 아울러 이달 20일과 30일엔 각각 미래에셋대우스팩3호와 상상인이안제2호스팩이 상장하며, 다음달 18일엔 하나금융13호스팩이 코스닥에 입성한다. 현재 코스닥에 상장된 스팩은 50개사로, 모두 공모가보다 주가가 높게 형성돼 있다.
하락 장세에도 불구하고 공모가 대비 70% 가까운 수익률을 내고 있는 스팩도 있다. 거래소에 따르면 12일 한화에스비아이스팩은 전 거래일보다 0.3% 하락한 3345원을 기록했다. 공모가 대비 상승률은 67.3%에 이른다. 한화스팩은 올해 5월 3일 코스닥에 상장했다. 공모가는 2000원, 상장일 종가는 2655원이었다. 이 밖에 이베스트이안스팩1호와 유진스팩4호는 공모가 대비 등락률이 각각 7.8%, 6.0%에 이른다.
거래소 관계자는 "스팩은 주가 상승 기회와 함께 높은 투자 안정성도 제공해준다"고 말했다. 스팩은 상장 후 3년 안에 합병 기업을 찾지 못해 해산해도 주주들에겐 원금과 이자가 제공된다. 이처럼 스팩은 투자 안정성이 있지만, 상장 후 공모가보다 높은 가격에 매수한 투자자들은 상장폐지되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주식 보유 비율대로 예치금을 배분받아도 이는 공모가 기준이기 때문이다. 스팩 투자에 주의를 기울여야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 <용어 설명>
▷ 스팩(SPAC·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 : 주식 공모를 통해 투자자로부터 조달한 자금을 바탕으로 다른 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것을 유일한 목적으로 하는 명목회사(paper company)다. 스팩은 M&A 대상 기업에 효과적인 자금조달 수단이 됨과 동시에 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통로로 활용된다.
[정승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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