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폭락장에도…실적株 끌어모은 기관들
입력 2019-08-08 17:49  | 수정 2019-08-08 20:06
최근 증시 급락 상황에서 지원군으로 나선 기관투자가들이 올 하반기 실적 개선 예상 종목을 집중적으로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 하반기 실적 턴어라운드가 유력시되는 통신주 제약주 금융지주가 대상이다.
기관은 7월 한 달간 유가증권시장에서 주식을 7247억원어치 청산했지만 이달 들어 공격적인 순매수로 태세를 전환해 주가 하락을 저지했다. 지난달 31일부터 7거래일간 코스피가 5.8% 하락하는 동안 기관이 사들인 주식은 2조956억원에 달한다.
최근 2거래일간 코스피 하락세가 주춤한 사이 2406억원어치를 다시 매도했지만 7월 말부터 이어진 증시 하락기에서 매수 물량은 여전히 '역대급'이라는 평가다. 코스피가 한때 1800선까지 후퇴하는 등 투매에 시장이 위축되자 일부 종목이 실적 대비 저평가 구간에 진입했다고 판단해 대량 매집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부터 이날까지 시가총액 순위에 비해 매수세가 특히 거셌던 종목은 SK텔레콤과 셀트리온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두 종목은 각각 기관 순매수 2위, 4위에 올랐다. SK텔레콤과 셀트리온 시총 규모는 각각 10위, 8위로 시총 비율대로 자금을 투입하는 기계적 매매를 넘어서는 유입분이 들어온 셈이다.

이 기간 기관은 SK텔레콤 주식을 1047억원어치 사들였다. 대내외 악재에 우리 증시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자 경기방어주로 꼽히는 통신주를 피난처로 삼았다는 분석이다. 통신주는 글로벌 경기의 영향을 덜 타고, 배당수익률이 높은 데다 5G(세대) 이동통신 시장 확대로 향후 성장성도 크다는 평가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동통신 3사의 올해 배당수익률은 SK텔레콤이 3.03%, LG유플러스와 KT가 3.99%로 예상된다. 코스피 전체 예상치인 약 2.4%를 웃돈다.
다만 SK텔레콤 2분기 영업이익은 썩 좋지 못하다. 지난해 동기 대비 6.9% 감소한 3228억원을 기록했다. SK브로드밴드 11번가 ADT캡스 등 자회사 실적을 제외한 통신 부문 실적만 보면 영업이익이 25.3% 줄었다. 전 분기보다 3.9% 늘어난 마케팅 비용과 2분기 처음 반영된 5G 주파수 비용이 주원인이라는 분석이다. 기관은 실적 부진으로 주가가 하락한 상황을 틈타 매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하반기 실적은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한용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6월 말 기준 53만명인 SK텔레콤 5G 가입자 수는 연말까지 최소 200만명으로 4배 이상 급증할 것이 예상되며, 다음달 내놓을 통합 OTT 서비스 '웨이브'도 신규 수익원으로 기능을 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통신주 가운데서도 하반기 실적 개선이 유력하다"고 설명했다.
셀트리온으로도 기관 매입이 쏠렸다. 셀트리온은 올해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대비 10.8%, 21.2% 감소한 데다 신라젠 임상 실패 영향으로 주가가 올 고점 대비 36%까지 급락했다. 주가가 연저점을 찍었고 하반기 셀트리온의 합성 의약품 복제약(제네릭) 미국 출시 준비에 따른 가동률 상승으로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 기관 매수세가 들어온 것으로 분석된다.
신한지주와 하나금융지주 등 상반기 호실적을 거둔 금융지주로도 기관 매수가 많이 들어왔다. 특히 하나금융지주는 시총 순위(29위)에 비춰볼 때 기관 자금 유입세(8위)가 두드러진다.
기관이 가장 많이 매입한 종목은 삼성전자다. 7거래일간 6336억원을 순매수했다. 한국 증시에서 가장 덩치가 큰 대장주이기 때문에 매입 규모가 크게 놀랄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한 달간 일본의 한국행 소재 수출 제한으로 타격을 받아 투자심리가 위축된 대표적 종목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이번 기관 매수세는 삼성전자 주가가 단기 저점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 주가는 최근 한 달간 가파른 하락세를 그렸다. 반도체 업황 바닥 통과가 지연되고 있는 데다 일본이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한국 수출에 제동을 걸면서 타격을 입었다. 지난달 중순부터 주가 낙폭은 10.3%에 달한다.
2분기 호실적을 거둔 데 이어 하반기에도 양호한 실적이 예상되는 KT&G로도 기관 매수세가 들어왔다. 앞서 KT&G는 연결 기준 2분기 영업이익이 4065억원으로 전년 대비 25.9% 증가했다고 밝혔다. 별도 영업이익은 3399억원으로 전년 대비 23.3% 증가했는데, 부동산 분양수익 약 900억원이 인식되면서 호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보인다.
[홍혜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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