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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엑소더스` 우려에…개인마저 패닉 "무조건 팔자"
입력 2019-08-05 17:52  | 수정 2019-08-05 21:53
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2016년 3월 9일(1216.2원) 이후 3년5개월 만에 최저치인 1215.3원을 기록했다. KEB하나은행에서 한 직원이 환율 전광판 앞을 지나고 있다. [김호영 기자]
◆ 요동치는 금융시장 / 코스피·코스닥 동반 추락 ◆
미·중 무역전쟁이 재점화된 데다 한일 경제전쟁이 확정되자 한국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대거 빠져나갔다. 금융시장에 불확실성이 커지며 대표적 위험자산인 주식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아직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채권시장에서는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는 동향은 보이지 않지만, 전문가들은 원화가치 하락에 따라 외국인들이 채권시장에서도 언제든 자금을 빼낼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08년 금융위기와 같이 외국인이 주식과 채권을 모두 팔아치우는 현상이 나오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부터 4거래일간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7771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외국인은 7월 코스피에서 2조316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으나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결정 시점이 다가오자 태도가 돌변했다. 때마침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는 외부 요인까지 터져나온 것도 외국인 매도에 결정적 요인이 됐다.
이날 하루 동안 국내 주식시장 시가총액이 50조원 가까이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 시가총액은 1298조2000억원으로 전 거래일 대비 33조5000억원 줄었고, 코스닥 시가총액은 197조9000억원으로 15조7000억원 감소했다.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팔아치우며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폭락장 당시 지켜냈던 코스피는 이날 1950선마저 하회했다. 심리적 저지선이 뚫리자 개인투자자까지 대거 투매로 가세했다. 장 초반 순매수로 출발한 개인투자자는 오전 9시 30분부터 매도로 돌아서기 시작해 낮 12시에 이르렀을 때는 이미 순매도액이 1000억원을 넘었다. 개인투자자는 이날 4438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하며 마감했다. 순매도 규모는 외국인보다 더욱 컸다.
코스피시장에 비해 변동이 심한 코스닥은 더욱 하락폭이 컸다. 이날 기록한 7.46%의 낙폭은 2011년 9월 26일 8.28% 떨어진 이후 약 8년 만에 최대폭이다. 코스닥150선물은 8% 하락을 기록하며 2단계 가격제한폭 확대가 일어났다. 2015년 11월 코스닥150선물이 상장된 뒤 네 번째로 일어난 일이다.
특히 시가총액 상위에 위치한 바이오주가 큰 타격을 입었다. 임상 중단 권고를 받은 신라젠 충격에서 시장이 헤어나오지 못했다. 코스닥 시총 1위인 셀트리온헬스케어는 하루 만에 9.5% 하락했으며, 헬릭스미스와 메디톡스는 각각 17.36%, 19.07% 떨어졌다. 신라젠은 전 거래일에 이어 하한가를 이어갔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펀더멘털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외부 충격까지 왔다"면서 "아시아 전역이 타격을 입었다. 코스닥은 특히 투자심리가 좌우하는데 패닉 셀링이 나온 상황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원인은 전적으로 외국인 자본 이탈이다. 신흥국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며 외국인이 빠져나가자 지수가 떨어진 것"이라며 "심리적 저지선은 학습효과로 인해 만들어진다.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기록한 저점을 보고 이곳은 지킨다고 생각한 선이 뚫리며 개인 투매가 일어났다"고 말했다.
주식시장과 달리 채권시장에서는 아직 외국인의 매수가 이어지고 있다.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외국인이 한국의 위험자산은 처분하고 있지만, 한국의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는 유지하는 상황이다. 이날 외국인은 2526억원어치 채권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이 코스피 상장주식을 7000억원 넘게 팔아치운 지난 4거래일간 한국 채권은 반대로 1조2791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앞서 지난 5월과 6월에는 각각 7조2000억원, 5조3000억원어치 원화 채권을 순매수하기도 했다. 이 덕분에 5일에도 채권은 '초강세'를 이어갔다.
이날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8.8bp(1bp=0.01%포인트) 떨어진 1.172%를 기록했다. 1.3% 아래로 떨어진 지 하루 만에 1.2% 밑으로 내려왔다. 10년물과 20년물 금리도 각각 전 거래일 대비 9.6bp, 8.2bp 떨어진 1.253%, 1.259%로 거래를 마쳤다. 그러나 외국인이 한국 채권에 대한 태도를 그대로 유지할 것인지에 대해선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신흥국 통화가치가 동반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원화가치가 더욱 떨어지면 2008년 금융위기 때처럼 주식과 채권에서 외국인의 동시 이탈이 일어날 수 있다"며 "원화가치의 급격한 하락은 미·중 무역전쟁의 산물이라고 봐야 한다. 원화가 더욱 떨어질 때 어떻게 움직이는지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정희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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