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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악몽 떠올라"…코스피 2%↓·코스닥 사이드카 발동
입력 2019-08-05 15:14 

코스피 1950선이 무너졌다. 코스닥 역시 장중 600선이 붕괴되면서 2년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야말로 '블랙 먼데이'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후2시25분 코스피는 전거래일대비 49.53(2.48%) 하락하며 1948.60을 기록 중이다. 이날 1985선에 출발한 지수는 개장 직후 급락하며 심리 저지선인 1950선마저 뚫었다.
코스닥 시장은 더 암담하다. 낙폭을 키우던 코스닥 지수는 지난 2017년 3월 10일 이후 처음으로 600선 아래로 떨어지면서 최저 수준을 나타내더니 오후 2시 21분께 코스닥150선물가격 및 현물지수(코스닥150)의 변동으로 일시효력정지(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사이드카는 시장 상황이 급변할 경우 프로그램 매매 호가를 일시적으로 제한함으로써 프로그램 매매가 코스닥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제도다. 코스닥150선물가격이 기준가격 대비 6% 이상 상승 또는 하락하고 코스닥150지수가 직전 매매 거래일 최종 수치 대비 3% 이상 오르거나 내린 상태가 동시에 1분간 지속할 경우 발동된다. 코스닥지수가 급락해 사이드카가 발동된 것은 지난 2016년 6월 24일 6.19% 급락한 이후 3년 2개월만에 처음이다.
국내뿐 아니다. 해외 주요 증시도 타격을 받았다.

독일DAX30(3.11) 프랑스 CAC 40(3.57%) 등 유럽 주요 지수도 하락세를 보인 가운데 일본 닛케이225지수(2.24%↓), 홍콩H지수(2.53%↓), 대만지수(1.70%↓) 등 아시아 증시도 줄줄이 약세다.
이날 전세계적으로 증시 대폭락을 겪은 데이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 재점화에 따른 글로벌 금융 불안정성이 대폭 확대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9월1일부터 중국산 제품 추가 3000억 달러어치에대해 1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위태롭게 지탱하던 양국의 협상 분위기는 깨졌다. 실제 3000억 달러에 대한 관세가 현실화하면 미국으로 수출되는 거의 모든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가 부과된다. 미국이 공세적으로 추가 관세 포문을 연 가운데 중국 측의 대응이나 미국의 화웨이 거래 재개 관련 결정 등에 따라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 공포감은 심리적 저항선을 상향 돌파한 위안화 환율으로 엿볼 수 있다"면서 "이미 원/달러 환율과 코스피도 임계점에 도다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중 무역분쟁은 양국 무역 의존도가 높은 대한민국 경제에 가장 큰 타격이 미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외국인들의 자금 유출 속도가 여느 국가보다 빠르게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코스피 1970선은 12개월 후행 주가순자산비율(PBR) 0.85배 수준으로 이는 금융위기 당시 최저점에 해당한다. 끊없는 지수 추락에 11년 전 멀티플(미래 수익창출력) 수준으로 회귀한 셈이다.
또다른 증권가 연구원은 "외국인의 매도세에 전반적으로 투자 심리가 동요되면서 이른바 불안적 투매 경향이 확대돼 마치 '2008년 금융위기'를 연상하게 한다"며 "국내의 경우 미중무역 타격에 이어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에 따른 불안감이 겹치면서 투자자들의 자금 유출 속도가 빠르게 나타나도 있다"고 말했다.
이은택 KB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번 사태로 인한 단기 1차 지지선을 1930포인트로 설정한다"면서 "코스닥은 코스피의 문제점에 더해 '수급 부담'과 '바이오 업황' 문제가 더해지면서 밸류에이션은 역사적 하단 수준에 근접했다"고 지적했다.
[디지털뉴스국 김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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