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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숙 “누군가에 상처될까 걱정한 ‘퍼퓸’, 진심으로 연기” [M+인터뷰①]
입력 2019-08-04 08:01 
최근 하재숙이 MBN스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카라멜이엔티
배우 하재숙에게 ‘퍼퓸은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드라마다. 매순간 진심으로 연기했고, 대사 한 마디 한 마디 소중하게 읊었던 만큼, 단번에 툭 털어내기에는 너무나 작품이 됐다.

최근 종영한 KBS2 월화드라마 ‘퍼퓸(극본 최현옥, 연출 김상휘)은 창의적으로 병들어버린 천재 디자이너 서이도(신성록 분)와 지옥에서 돌아온 수상한 패션모델 민예린(고원희 분)에게 찾아온 인생 2회차 기적의 판타지 로맨스다.

하재숙은 극 중 최고의 살림 스킬을 탑재한 40세 주부 민재희 역을 맡아 연기했다. 민재희는 화목한 한 가정을 이루고 싶었지만 현실의 벽과 편견에 부딪히고 만다.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내리지만 기적의 향수 덕분에 제2의 인생을 살아간다. 하재숙과 고원희는 각각 민재희, 민예린 역으로 분해 2인 1역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재희라는 인물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연기했다. 저와 비슷한 상황에 처해서인지 공감이 되고, 나라도 잘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마지막 촬영쯤에는 갑자기 눈물이 나려고 할 정도였다. 안성 세트장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내내 울었다. 사실 처음 ‘퍼퓸 제안을 받았을 때 출연하지 않으려고 했다. 결과적으로 드라마가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지만 1부 대본만 본 상황에서는 혹여나 누군가 상처받을 수 있지 않을까 걱정되더라. 감독님 역시 제 고민을 정확히 이해해주셨고, 저도 믿음을 가진 채 연기할 수 있었다. 대사 한 마디, 행동 하나 신중하고 지지하게 임했다.”

최근 하재숙이 MBN스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카라멜이엔티

하재숙은 이야기 전개상 특수분장이 불가피했다. 이 때문에 매 촬영마다 4시간에 달하는 시간동안 특수분장을 받아야 했고, 여름에 접어들었을 땐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모를 고충도 있었다. 하지만 하재숙에게는 이 또한 재희라는 인물을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다가왔다.

모태 통통족이지만 드라마를 위해 24kg을 감량했다. 전신수트를 입으니 땀이 엄청 나더라. 몸을 혼자 가눌 수가 없어서 주변에서 많이들 도와줬다. 본드 트러블은 힘들었지만, 정이 들었다. 재희를 위로하는 마음으로 연기했지만 결국은 내가 위로와 힘을 받았다. 스스로 단단해질 수 있었다. 모두가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 듯, 저도 재희도 마찬가지다. 하루하루 열심히, 치열하게 살아가는 분들이 공감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퍼퓸을 열고 닫은 하재숙에게 배우 신성록은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하재숙은 신성록에 대해 ‘좋은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이라고 표현하며 그와 연기 호흡을 맞춘 데 만족감을 드러냈다. 두 사람은 카메라 뒤에선 한 없이 편한 누나동생으로, 카메라 앞에선 ‘퍼퓸 속 민재희와 서이도로 수개월을 살았다. 하재숙은 온전한 믿음을 갖게끔 도와준 신성록에게 깊은 고마움을 전했다.

신성록은 진심을 전해주는 능력이 있는 배우다. 기분 좋은 긴장감, 좋은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이다. 서이도가 정말 서이도처럼 보여서 한치의 의심도 없이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 저는 서이도를 진심으로 사랑했던 것 같다. 신성록에게 ‘내가 마음으로 이도를 좋아하게 해줘서 고맙다고 한 건 진심이다. 신성록이었기 때문에 감정이입이 잘 되고, 인물에 집중할 수 있었다.”

최근 하재숙이 MBN스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카라멜이엔티

하재숙은 또 외모지상주의가 팽배한 요즘 세태에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의 신념은 ‘퍼퓸과 만나 더욱 단단해졌다. 하재숙이 극 중 재희에게 더욱 마음을 쏟은 이유는 바로, 재희의 고충과 실제 하재숙의 고민이 맞닿아 있기 때문이었다.

저도, 재희도 나름대로 인생을 치열하게 사는데 살이 좀 쪘다는 이유로 한심한 인간처럼 보여지는 것 같았다. 저는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다이어트도 하지 않는 게으른 사람으로 낙인찍히니 상처가 되더라. 사실 편협한 시각이 아닌가. 재희 역시 그런 고민을 안고 살았을 거라고 생각하니 마음도 아프고 공감도 됐다.”

MBN스타 대중문화부 김노을 기자 sunset@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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