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반복되는 낙서…관리 안 되는 '강제징용 노동자상'
입력 2019-08-02 19:30  | 수정 2019-08-04 09:58
【 앵커멘트 】
일제의 강제동원을 고발하고 당시 희생된 조선인 노동자의 넋을 기리려고 전국 각지에 '강제징용 노동자상'이 설치돼 있는데요.
그런데 어쩐 일인지 관리가 되지 않아 동상을 훼손하는 일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안병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앙상한 갈비뼈를 드러낸 채 망치를 쥐고 있는 한 남성, 일본군 군수공장이 있던 자리에 2년 전 설치된 강제징용 노동자상입니다.

그런데 동판은 비닐로 씌워져 있고, 뒤편에는 군데군데 휴지가 덧대 있습니다.

매직으로 쓴 낙서를 가려놓은 겁니다.

▶ 인터뷰(☎) : 공원 관리 관계자
- "정치적 내용은 아니고 정치인 이름이 (낙서로)…."

경찰은 수사에 착수한 지 하루 만에 CCTV 추적으로 낙서범을 검거했는데 정신병원 입원 경력이 있는 50대 남성이었습니다.


문제는 강제징용 노동자상 낙서 사건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 스탠딩 : 안병욱 / 기자
- "지난해 11월에는 이곳에 설치된 강제징용 노동자상과 표지석이 낙서로 훼손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현재 전국에 설치된 강제징용 노동자상은 서울과 인천·부산 등 총 6개.

대부분 민간 시민단체가 공원과 항구, 기차역 등에 설치한 건데 이후엔 관리를 따로 하고 있지 않습니다.

심지어 서울과 부산은 설치된 장소가 국유지여서 법적으론 오히려 '불법시설물'로 분류돼 철거논란까지 빚어지고 있습니다.

▶ 인터뷰(☎) :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추진위 관계자
- "철도시설관리공단(땅 주인)에서 관리하는 게 가장 좋은데 국유지법에 묶여 있어서 행정적 관리가 어려운 거죠."

실제 서울 용산역 앞 노동자상은 낙서가 뒤늦게 발견돼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고 낙서범도 잡지 못했습니다.

애써 만든 강제징용 노동자상, 제대로 관리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MBN뉴스 안병욱입니다. [obo@mbn.co.kr]

영상취재 : 라웅비 기자
영상편집 : 오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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