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단독] 메리츠화재, 여의도사옥 팔고 서울역 가는 까닭은?
입력 2019-08-01 17:39  | 수정 2019-08-02 09:17
대형 손해보험회사인 메리츠화재가 서울역 북쪽 봉래동에 지상 20층 높이의 오피스빌딩(조감도)을 건립한다. 봉래동에는 지은 지 30년 이상 된 소형 빌딩들이 있었는데 이를 허물고 재개발에 나선 것이다. 최근 공급 우려가 큰 여의도 사옥을 약 1200억원에 매각하면서 수백억 원대 차익을 남긴 메리츠화재가 역세권 재개발로 미래 가치가 커질 서울역 인근에 투자하는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1일 서울시와 정비업계에 따르면 중구청은 서울 중구 봉래동1가 57-2 일대 '봉래 제1지구 도시정비형 재개발 사업' 사업시행계획변경인가를 위한 공람공고를 지난달 17일부터 31일까지 실시했다. 봉래1지구는 2017년 8월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는데 2년 만에 사업시행인가 절차까지 거의 마무리된 것이다.
해당 구역 사업시행자는 메리츠화재로 현재 구역(면적 3377㎡) 내에 있는 7개 소규모 빌딩을 허물고 지하 6층~지상 20층 높이 오피스(업무용) 빌딩을 지을 예정이다. 당초 19층으로 계획했으나 한층 더 높이는 내용을 담은 사업계획변경안을 최근 구청에 올렸다. 회사 측은 하반기 관리처분변경인가를 거쳐 올해 12월 착공, 3년 뒤인 2022년 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일부는 회사가 직접 사용하고, 일부는 임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메리츠화재는 지난달 30일 베스타스자산운용과 여의도 사옥 매각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달 중 매수자 측 자산실사를 거쳐 다음달 매매계약 및 최종 거래를 종료할 예정이다. 매각 예정 가격은 약 1200억원으로 장부가 대비 2배 수준이다. 지난 6월부터 세빌스코리아를 매각자문사로 선정해 여의도 사옥 매각 절차를 진행한 바 있다. 여의도 사옥은 1983년 매입 이후 22년간 메리츠화재 본사로 사용됐던 곳이다. 2005년 강남 메리츠타워로 본사를 옮긴 이후에도 14년이나 금융 중심지인 여의도의 근거지로 자리매김해왔다.
메리츠화재가 30년 넘게 정든 여의도 사옥 매각에 나선 것은 여의도 일대 오피스 시장의 공급과잉이 우려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향후 가격 조정이 예상되는 여의도 사옥은 매각하고, 미래 가치가 높은 서울역 북부에서 재개발 사업에 본격 나선 것이란 설명이다. 봉래동은 서울역 북부역세권에 직접 포함되지는 않지만 바로 옆에 인접해 함께 개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총사업비가 1조6000억원 규모인 서울역 북부역세권 개발 사업은 3만여 ㎡에 달하는 철도 유휴용지에 국제회의장·호텔·오피스·문화시설 등을 짓는 것으로, 실제 사업이 이행될 경우 서울역 인근 부동산 가치가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백준 J&K도시정비 대표는 "서울역은 대도시 서울의 중심 철도역사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주변 지역 개발이 늦어지고 많이 낙후된 지역"이라며 "앞으로 재정비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 미래 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결과가 발표된 코레일의 서울역 북부역세권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서 메리츠금융그룹은 메리츠종금증권을 주축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가장 높은 가격을 써냈지만 금융위원회 사전승인 문제가 불거지면서 탈락했다.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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